홍성덕(전북대 박물관 학예연구사)
문화라는 게 참 묘한 것이다. 시시콜콜 개념이 어떤 것인가 하는 논쟁을 하려는게 아니라, 전주라는 곳 내가 태어나서 줄곧 살아오고 있는 이 도시에 늘 붙어 다녔던 ‘문화’라는게 묘하다는 것이다. 전주가 문화도시라는 점에 대해 토를 다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모두가 인정하고 있지만, 전주의 우수한 문화적 역량을 설명하려면 맞닥트리는 고민이 있는데, 그것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이다.
언제부터인가 전주의 역사나 문화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만들어 질 때면 맨 처음 꺼내는 이야기가 솔직하자는 것이었다. “솔직히 우리 고장인 전주를 봅시다”라고 시작하는 이야기는 문화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것으로 종종 끝을 맺는다. 전주가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의 우수함을 이야기할 때 쓰는 우수성의 증거들, 언제 만들어졌고, 어떤 의미들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아름답고, 유일한 것들이라는 그런 수사들이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하는 고민 때문이다.
문화를 산업화할 때 비교적 쉽게 떠오르는 것이 관광산업이다. 전주의 문화코드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은 눈으로 보는 감흥이 적다는 것이다. 전주의 문화적 코드, 소위 7공주ㆍ6공주로 불리는 소리, 음식, 한지, 한옥, 서예, 한방, 영화 등의 가장 큰 특징은 비가시적이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전주의 역사적 문화유산도 마찬가지이다. 경기전과 풍남문이 경복궁이나 숭례문을 넘기는 어렵다. 그래서 늘 랜드마크가 없다느니 체류하기 부적합하다는 등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 솔직한 전주의 문화를 가슴에 담고 전주를 이해하지 않으면 그저 우리만 즐거운 동네 문화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관광산업은 보고 즐기는 것에서 체험하고 학습하는 것으로 바뀌고, 웰빙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이다. 전주는 그 트랜드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웰빙 관광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보고, 듣고, 먹고 마시는 즐거움은 당연한 전제인 것이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비가시적 문화를 가시적 문화로 전환시키는 내재적 발전전략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주 문화역량의 솔직함은 지적재산으로서의 가치이다. 비가시적인 문화를 가시적 문화로 바꾸는 것이 꼭 한옥컨벤션과 같은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가시적 문화의 산업화 방안 역시 그 문화에 내재되어 있는 지적 가치를 발굴해 낼 때 가능하다. 외형과 내면의 아름다움이 공존해야만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가치는 그 내면의 지적 자산에 의해서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콘텐츠 이야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주의 문화코드는 인식과 공감만 있을 뿐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자료)은 너무나 적다.
△ 홍성덕 연구사는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에 근무하다 전주로 내려와 전주시청 연구원을 거쳐 현재 전북대학교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으며, 대통령비서실 정책자문위원,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등을 맡고 있다.
/홍성덕(전북대 박물관 학예연구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