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한(전주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지난 학기에는 우리 지역의 두 국립대학에서 총장 선거가 있었다. 그 중 하나인 전북대는 그 선거결과의 홍역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서 안타깝다. 이를 계기로 국립대 총장 선거의 현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총장 직선제는 대학 및 학문의 자유를 통제하던 군부독재 시절에 대학의 자율성을 얻기 위해서 많은 교수들의 희생을 통하여 어렵게 얻어낸 제도이다. 이 직선제는 교수를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이 대학의 장을 직접 선출함으로써 대학의 민주화와 구성원들의 주인의식을 갖게 하였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 내용도 변질되어 갔다. 지도력 있고 유능하며 덕망있는 교수가 총장에 당선되기보다는 경조사에 열심히 쫓아다니고 함께 어울려 모리배를 형성하는 자가 당선될 확률이 높게 하고 있다. 이런 경우 대학 총장은 대학 경영자라기보다는 친목회장 정도로 전락된다.
대학의 총장선거이기에 합리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신사적인 선거가 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된지 오래다. 대학 총장 선거도 골프 접대도 해야지, 사과상자도 돌려야지, 남들보다 경조사비도 더 내야 하는 등 여느 정치판 못지않게 혼탁해져 있다.
이런 이유로 대학 총장 선거도 비용이 많이 들고 있다. 많은 선거비용을 지출하고서 총장에 당선된 자는 재임시절에 그 선거비용을 만회해야 하기 때문에 잠재적 비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대학 총장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표를 구걸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총장 투표권이 교직원에게까지 확대되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되리라 본다.
또한 총장 후보자는 선거과정에서 일부 교수들에게 대학의 보직을 팔고 사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선거과정에서 특정 보직을 주겠다고 약속하거나 역으로 이를 요구하기도 한다. 매관매직 행위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이는 대학을 철저히 정치판으로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한편으로 총장으로 선출된 자는 합리적인 기준을 잃고서 권력을 남용하는 사례도 흔하다. J 교대의 경우, 신임총장이 누리사업의 연구프로젝트 책임자를 갈아 치우는 일이 벌어졌다. 아마도 그 총장의 반대편에 서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렇듯 총장 당선자는 철저한 논공행상을 통하여 자신들을 찍은 사람만을 중심으로 보직을 운영함으로써 대학의 분파와 파당을 짓게 하기도 한다. 선거에서 진 사람들은 이긴 편끼리 알아서 잘 해보라는 식으로 대학의 일을 등한시하기도 한다. 이런 일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대학일수록 더 심하게 나타난다.
이제 국립대학의 총장 선거는 보다 공정하고 공명하게 실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립대학의 총장은 대학구성원의 이해관계에 적절히 편승하여 학내 권력만을 거머쥐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대학 경영에 관한 안목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 대학구성원들도 대학 총장 후보자의 능력을 보지 않고서 학내 이익을 나눠가지려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럴 때, 도덕적 양심을 갖추고 대내외적인 대학경영 능력과 비전을 지닌 사람이 국립대학 총장이 될 수 있다.
/이경한(전주교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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