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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떡값의 사회학

요즘에야 떡이라는 먹거리가 별 게 아니지만 옛날 우리 전통사회에서 떡은 특별한 날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설령 특별한 날이라고 해도 집안 형편이 넉넉지 못하면 해먹을 수 없는 것이 떡이었다. 명절 때 모든 집에서 떡방아 찧는 소리가 요란한데 집안이 워낙 가난해 떡을 빚을 수 없는 아내의 상심을 달래려 거문고로 떡방아 소리를 냈다는 백결 선생의 이야기도 있다.

 

떡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그림의 떡’(畵中之餠)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차지할 수 없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다’는 말도 있다. 떡을 얻어먹는 것이 큰 횡재였기에 이런 말이 생겨났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라’는 말은 공연히 남의 일에 끼여들지 말고 네 잇속이나 차리라는 말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등의 말에 들어있는 떡은 횡재, 실속 또는 잇속을 의미한다.

 

근래에 와서 '떡값'이라는 묘한 말이 생겨났다. 떡값은 회사 등에서, 명절 때 직원들에게 주는 약간씩의 특별 수당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공사 입찰 등에서 입찰자끼리 담합하였을 때, 낙찰된 업자가 다른 업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약간씩의 돈도 떡값으로 부르고, 명절 때 정치인이나 공무원에게 뇌물조로 바치는 돈도 떡값으로 통한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보너스 성격의 돈이 사회적으로 활용되면서 엉뚱하게 뇌물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 친지, 이웃, 동료 사이에 인지상정의 징표로 오가던 떡값이 뇌물로 변질되면서 잊을만 하면 ‘떡값사건’이 불거지고 있다. 이른바 떡값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사회에서 상납하는 관행이 완주군에 이어 전남경찰청에서 또 적발됐다. 아무리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댓가를 바라지 않고 떡값을 줄리도 없거니와 떡값을 받은 사람 역시 나몰라라할 수도 없는 게 세상 이치 아닌가.

 

뇌물을 고리로 한 사슬이 형성되면 업무의 공정성과 조직의 질서를 해친다. 사적인 컨넥션이 공조직의 암적 인자가 되는 것이다. 보험성, 댓가성 떡값을 받아먹다간 떡치고 만다. 언젠가는 두고두고 후회하는 날이 오게 된다. 명절을 앞두고 떡의 의미, 떡값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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