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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대통령의 귀향

젊어서 떠난 고향 늙어 돌아오니/ 고향 사투리는 그대로인데 머리카락만 빠졌구나/ 애들은 나를 알 턱이 없어/ 웃으며 어디서 오는 나그네냐 묻는다 (少小離鄕老大回 鄕音無改빈毛衰 兒童相見不相識 笑問客從何處來).

 

중국 당나라 때 이백(李白)을 발견한 시인 하지장(賀知章)의 싯귀다. ‘회향우서(回鄕偶書)’라는 이 시는 귀향의 허허로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

 

고향에 대한 애틋한 감정은 동서를 막론하고 비슷한 것 같다. 우리 속담에 ‘고기도 저 놀던 물이 좋다’ ‘까마귀도 내 땅 까마귀라면 반갑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또 여우가 죽을 때 그 머리를 고향언덕을 향해 돌린다(首邱初心)는 말이 그렇고, 남쪽에서 온 새는 언제나 고향에 가까운 가지에 앉는다(越鳥巢南枝)는 말 역시 그렇다.

 

이는 서양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에는 ‘포도주엔 언제나 그 산지(産地)의 향기가 있다’는 속담이 있다. 또 미국 초대 대통령을 지낸 G.워싱톤도 “나를 고향으로 데려가 줘. 나는 남부에서 나고, 남부에서 살고, 남부에서 일했다. 나는 남부에서 죽고 싶으며, 거기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은 사랑의 원류이자 버릴려고 해도 버릴 수 없는 모토(母土)인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내년 2월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경남 진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가 뒷편 1297평을 평당 15만선인 1억9455억 원에 매매계약까지 마쳤다는 것이다. 김해시도 관광안내소를 짓는 등 귀향준비에 나섰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차례 낙향의 뜻을 비쳤다. 지난 해 9월 시인인 아벨 파체코 코스타리카 대통령과 만나 “시골로 내려가 시를 쓰고 싶다”고 했고, 올 1월엔 임업인들과의 오찬에서 “고향에서 숲과 생태계 복원 일을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4월 제주에선 “읍·면 수준의 자치운동을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찬반 양론이 갈리지만 우리의 역대 대통령이 귀향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후버와 카터 대통령처럼 낙향 후 활발한 봉사활동 등 뜻 깊은 일을 펼쳤으면 한다.

 

더불어 대통령 뿐 아니라 도지사나 시장 군수 등도 임기가 끝난 뒤 귀향해서 살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고향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울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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