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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참요와 댓글

예나 지금이나 이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는 쉽게 어울린다. 취미 등의 이해관계라면 그런 어울림이 크게 문제될 성 싶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공익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자신들이 속한 지역에만은 안 된다고 해서 사업을 반대하는 님비(nimby) 현상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도 이런 의사표현은 드러내 놓고 하는 것이어서 설득과 타협의 대상이 분명하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은근슬쩍 소문을 내는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그 중 이루고자 하는 내용을 노래의 형식을 빌어 항간에 퍼뜨리는 고전적인 방법이 있었는데 이런 노래 형식을 참요(讖謠)라고 한다. 서동이 선화공주와 결혼하려고 아이들을 시켜 부르게 했다는 ‘서동요’나 왕건에게 나라를 빼앗길 것이라는 내용의 ‘완산요’ 그리고 목자(木子)가 나라를 얻는다는 내용의 ‘목자요’는 참요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목(木)자에 자(子)를 아래에 붙이면 바로 이(李)자가 되는데 풀이하면 이(李)씨가 나라를 얻는다는 내용이 된다.

 

이런 참요는 민중 사이에서 회자(膾炙)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나라나 공주를 얻고 싶었던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원하지 않지만 민중들이 원하기 때문이라는 나름대로의 합리화를 꾀한 일면을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은 옛날보다 지금이 더하지 않나 싶다. 사회 구성원 다수가 어떤 특정한 내용에 대해서 의견을 드러내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 여론은 신문과 방송 그리고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서 불특정 다수에게 빠른 속도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요즈음 누리꾼들의 댓글이 화제라고 한다. ‘다음날 ○○○은∼’이라는 형식의 패러디물이 바로 그것이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에 “소크라테스 악법 옹호 파장∼”이란 댓글이 달린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란 시이저의 말은 “시이저, 평소 주사위 도박광으로 밝혀져”, “내 죽음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에는 “이순신, 부하에게 거짓말 하도록 지시, 도덕성 논란 일파만파”란 댓글을 단다.

 

이런 댓글은 약간의 장난기까지 있어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이 현 세태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제 여론도 일방적이지 않은 모양이다. 매체는 바뀌었지만 세태를 반영하고 공유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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