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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조폭

"나 김태촌인데, 내가 이름을 밝혔는데도 전화로 해야겠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도 괜찮다 이거지! 권상우 집이 OO빌라 OO호 맞지? 그럼 내일부터 피바다가 돼도 상관없다 이거지!"

 

1970년대 조양은 이동재씨와 함께 전국 폭력조직을 평정했던 김태촌씨(59)가 한류스타로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는 영화배우 권상우씨(31)에게 소름끼치는 협박전화를 했다고 해서 언론이 떠들썩하다. 한때 '이름만으로도 흉기'라 할 정도로 악명 높던 그가 어쩌다 연예인에게 직접 협박전화나 하는 인생으로 전락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요즘 조폭들 먹고사는 방법도 흐르는 세월만큼이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조직폭력배의 소득원에 관한 연구'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만들어 언론에 공개했다. 전국 6개 교도소에 수감된 조폭 109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물이다. 한데 보고서에 나타난 조폭의 모습이 일반인의 상상을 여지없이 깨는 것이어서 역으로 충격적(?)이다. 의리에 죽고 살고,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줄 알았던 그들이 실상은 그와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조폭은 매우 경제적이고 영악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위 아래 따지지 않고, 돈 앞에서는 의리고 나발이고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 등 돌린 조직원을 보복한다는 것도 옛말이다. 그만큼 조직원의 입출(入出)이 자유스러워졌다.

 

그러나 마약거래와 같은 위험한 사업은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 또 조직간에 이권싸움도 극도로 자제한다. 잘못되는 날이면 이익을 얻기는 커녕 조직이 와해되는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조폭이라는 인상을 풍기지 않으려고 룸살롱보다 일반식당을 선호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조폭들도 엄청 머리를 굴린다고 봐야 한다.

 

엊그제 도내 모 판사가 조폭 출신 사업가로부터 골프접대를 받았다가 옷을 벗었다. 판사가 조폭을 심판해야 할 텐데 거꾸로 조폭이 판사를 잡아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그 어려운 고시 패스 하느라 세상공부 제대로 못한 것이 큰 죄가 된 것 같다. 사법처리 할 정도로 사안이 중한 것은 아니라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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