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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협상의 기초

그동안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속개되었던 미국과의 FTA 협상이 종결되면서 각 분야별 득실계산으로 세인들의 관심이 옮겨갔다. 연간 생산액이 9조 7천억원에 이르는 쌀시장이 협상대상이 되느니 마느니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개방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나머지 농업분야인 축산물, 과수, 채소, 곡물 등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축산물 연간 7700억원, 과일 3700억원, 쌀을 제외한 곡물 5400억원 등 1조 4천억원에서 2조 2500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연간 전체 농업생산액 33조 3700억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그 피해는 최대 6.7%에 이른다. 농업 관련 실업자는 최대 7만∼14만 명 규모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119조원의 투융자 계획으로 농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반면 한 해 1천 700만대 규모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동차업계는 최대의 수혜자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섬유업계 역시 이번 협상 타결로 미국시장을 좀더 활발하게 진출할 것이란 예상이다. 정치적인 성격까지 지녔던 개성공단 생산제품이 국내산 범주에 포함된 것 역시 고무적이다. 이러한 양국 FTA 협정으로 우리 경제가 선진경제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 한다.

 

한미간 FTA 협상은 이제 일단락되었고 향후 진행과정 역시 변수로 작용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하지만 그간의 협상과정을 지켜 보면서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연상되곤 했다. 작전과 경계의 차이는 응용과 기초 정도라 할 것이다. 현란한 작전에서야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기가 되는 영역에서 실패는 이미 패배를 전제로 한다는 의미에서 용납할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측 협상단이 능력 있고 최선을 다해서 협상에 임했을 것이란 생각은 든다. 하지만 이들 손에 들린 각종 자료가 우리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돌이켜 생각하기 싫지만 1998년 한일어업협상 테이블에서 우리는 기초적인 어업 통계자료조차 갖고 있지 못했다. 그 결과 우리 협상단은 일본 협상단에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고 회의를 해야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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