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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예쁜 꽃그물만 집고 살더니 스물여섯 젊음 어찌 접었나

김용재(아동문학가)

친구야, 무척 보고 싶다.

 

나이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던데, 그 말이 맞는 것 같구나.

 

친구야, 자넨 항상 아름다운 꽃그물만 깁고 살더니 스물여섯의 젊음을 어떻게 뒤로 하고 그처럼 쉬이 그 길을 택했단 말인가. 허나 자넨 그간의 긴 세월을 감춰 놓았을 테니 아직도 청정한 채 꽃그물 안에 담아놓은 그 아름답고 순진무구한 꿈과 추억을 간직하고 있겠지. 고희가 된 나처럼 쪼그랑이가 되지 않고.

 

친구야, 오늘은 유난히 친구가 더욱 보고 싶구나. 용화산 중턱 양지에 앉아 친구와의 먼 추억을 더듬어 보네. 우린 스물하나의 동갑내기로 친구가 되어 누구보다도 친했었지.

 

친구가 저 세상으로 가기 두해 전인 것 같네. 여름 어느 해질녘 유달산 일등바위에서 다도해를 내려다보며 자넨 날개가 있다면 날아다니고 싶다고 외칠 때, 고하도의 용머리에 얹힌 핏빛 구름이 출렁대던 모습이 지금도 선연하네. 어디 그 뿐이랴. 그해 가을 백양사를 찾았을 때 천자만홍의 단풍을 보면서 친구는 마치 시인이 된 듯 감탄의 시어를 구슬리던 아련한 추억이 자꾸만 밟히네.

 

친구야, 그립다. 보고싶다.

 

/김용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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