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능요원 병역특례비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잊을만 하면 터져나오는게 병무비리이지만 이번의 경우는 ‘병역면제’가 아닌 ‘병역특례’를 둘러싼 비리다. 재벌 아들의 보복폭행사건에 묻혀 세간의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우리 사회 부패구조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 사례다.
기능인력 병역특례제도는 병역자원 가운데 군(軍) 소요인원 충원에 문제가 없는 범위 안에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병역의무 대신 연구기관 또는 산업체 등에 종사하게 하는 제도이다. 국가 전체의 이익과 함께 한창 학업에 정진하거나 창의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활동하던 젊은이가 군복무로 놓칠 수 있는 기회비용의 보완을 배려한 제도인 셈이다.
제도의 취지대로라면 당연히 자신의 전공을 살려야 한다. 기술·기능계와는 전혀 관련없는 인문계 전공자가 기능계 전문학원을 몇달간 다녀 자격증을 딴뒤 특례업체에 들어가는 것은 제도와 법규의 허점을 악용한 파렴치한 행위다. 이 과정에서 업체에 수천만원의 돈을 주고 근무한 것처럼 위장하는가 하면, 일부 회사끼리는 남고 모자라는 특례정원(TO)을 금품을 주고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병역특례자는 대부분 고시나 유학 준비상태며, 고위층이나 부유층 자제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니 ‘서울 강남의 부유층 자제가 군대를 제대로 가면 바보’라는 소문까지 나돌지 않겠는가.
이번 병역특례비리 파문은 성실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한 보통사람들에게 분노와 좌절,상실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병역 면제자를 ‘신(神) 의 아들’, 현역 복무자를 ‘어둠의 자식들’ 이라는 한때 보통사람들의 자조적인 표현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사회 지도층과 부유층의 일탈행동은 전반적인 병역의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사회적 통합을 해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병역특례가 많아질 수록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국민개병제(皆兵制)의 평등원칙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 문화, 체육등 특례분야를 확대할 수록 국민의 심정은 착잡해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예외를 줄이는 병무정책이야 말로 국가안보는 물론 빈부격차등 각종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사회의 정서적 통합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장책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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