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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당신을 또다시 가두어놓고 그일이 잘한 일인지 걱정

박은주(시인)

아버지!

 

요즘처럼 배꽃이 환하게 피었었지요.

 

삼베옷 곱게 입혀 산에 모시고 돌아서던 그때에도.

 

아버지!

 

이장 하려고 한식날을 잡아 놓고 걱정을 많이 했었답니다.

 

육탈이 안 되었을 거라는 주변 사람들 말에 가슴 두근대며 파묘를 하고보니 왠일인가요?

 

곱게 입혀 드렸던 삼베옷이 오래되어 까만 수세미 망처럼 당신의 몸을 칭칭 감고 있더이다.

 

아들 둘이서 그것들을 털어내니 노오란 당신의 뼈가 고슬고슬 좋았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인골이었으나 신기하게도 무섭지는 않았어요.

 

아버지!

 

예순 다섯 해를 살다 가신 당신의 흔적은 이제 재가 되어 납골당에 안장되었습니다.

 

십칠 년이나 갇혀 계신 당신을 또다시 가두어 놓고나니 그 일이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혼란스럽네요.

 

어머니가 살아 계시어 산으로 들로 훨훨 자유롭게 보내들지 못해 죄송합니다만 깨끗하고 좋은 집으로 모셨으니 부디 평안하소서.

 

/박은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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