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08:31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지역 chevron_right 지역일반
일반기사

[시론] '고향의 맛' 서울로 나르고 싶다 - 한상민

한상민 - 서울농협 마들역부지점장

“그 보리쌀 어디에서 온 것인가요? 밥에 조금 놓아 먹으니 방귀도 뿡뿡 나오고 참 좋네. 옛날 맛이야. 어디서 구할 수 있소?”

 

서울 상계동 마들역, 아파트 촌에 사시는 고객님께서 출근하는 나를 붙들어 세우고 길거리에서 건넨 인사 말씀이다. 고향이 어디이신지는 모르지만 젊으셨을 때 잠깐 보리 밭도 메고, 홀태로 벼 타작도 해 보셨다고 자랑이 많으신 사모님이시다.

 

이번 주에 이런 인사를 여러 차례 받았다. 남들이 들으면 음식점 주인에게나 건넬 법한 인사이지만 실제 나는 은행 일을 하는 농협직원이다.

 

은행에서는 고객들을 위해 가끔 간단한 선물을 마련한다. 그 때마다 직원들은 비싸지도 않으면서 고객들이 애용할 수 있는 품목을 찾느라 제법 골치들을 썩는다. 그러나 끝에 가서 보면 십중팔구 중국산 공산품이나 주방에서 쓰는 플라스틱 제품들이 선택되고 만다.

 

내 동료 직원들은 올해 이런 생각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고향 맛을 고객들께 선 뵈 드리자는 것이었다. 안전하고 질 좋은 우리 농산물이 중국산 공산품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한 트럭 가득 서울로 올라온 것이 김제 진봉산(産) 찰 보리쌀이다. 2Kg 단위로 산뜻하게 포장된 찰 보리쌀은 한 번 드셔 본 주부님들의 입맛을 금방 사로 잡았고 우리는 덩달아 신날 수 있었다.

 

“그려, 진봉이면 간척지 토질 좋은 곳이지? 지금 새만금 사업하는 한 가운데고 바다 바람이 시원하지... 이번 우리 갑계(甲契)때 그리로 가자고 해야 하겠네...”

 

도회지 아파트에 갇혀 사시는 답답한 어르신네들이 가끔 고향의 맛을 찾아 여행을 다녀 오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양식에서 해물, 민물 고기 등 다양한 특산 음식들이지만 싸 들고 올 수 없는 아쉬움이 많은 것 같다.

 

농협 객장에 나와 어제는 내 고향 어디에서 친구들과 용봉탕을 드셨다고 자랑 삼아 너스레를 떠시는 어른들을 뵈면 동네 사랑방에 모여 새끼 꼬시며 서로 나누던 농담(弄談)말씀과 장소는 다르지만 어찌 그리 비슷한지 모르겠다.

 

이런 어르신들이 관심을 갖는 게 우리지점 신토불이(身土不二) 창구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될 수 있는 한 다양한 지역 특산품을 구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쌀은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다. 잡곡은 별로 개의치 않은 분들이 쌀만은 고향 쌀을 고집하신다.

 

자기 고향상표를 달고 나온 쌀이 없으면 서운함을 감추지 않는다. 만약, 눈치없이 일등미라고 브랜드 있는 타지역 쌀을 추천하면 역정이 대단 하시다.

 

그 분들의 바램을 들어드리지 못한 우리는 슬프다. 그 중간에 우리 농협이 서서 역할을 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무엇인가 부족하다. 신토불이 창구에 다양한 지역특산품을 비치하고 것은 물론 작은 사은품 하나라도 고향의 맛으로 준비하지만 그래도 모자란 것 같다. 다른 은행들도 수입한 공산품 보다는 알찬 농산물, 고향의 맛으로 고객들을 기쁘게 해 드리데 동참 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굳이 농협이 펼치고 있는 ‘새농촌 새농협’운동까지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 농협이 고향 맛을 실어 나르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1960년대, 70년대 농촌을 꿋꿋이 지켜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고 우리 생명창고인 농업을 굳건히 하셨던 어르신들이 지금은 삶의 터전을 도시 아파트 촌으로 옮겨 생활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다른 금융기관도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 그 분들 없이 오늘날 우리가 있을 수 있겠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분들을 위해 고창 복분자, 임실 알 밤과 엿, 동상 곶감 과 감 식초, 진안 표고버섯, 박사 고을 쌀, 지평선 쌀 등 알찬 고향의 맛을 서울로 열심히 실어 나르고 싶다. 그래서 비록, 아파트 단지에 살고 계시지만 고향 먹거리 맛 만은 우리가 나서서 잊지 않게 해 드리고 싶다.

 

우리가 은행 일을 하면서 우리 민족 자본을 꿋꿋하게 지켜 내고 있듯이 고향의 맛도 온 도시에 녹아 내리도록 하고 싶다. 다른 은행들도 기꺼이 동참하여 고객들께 드리는 선물을 고향의 맛으로 바꿔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상민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지역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