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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아까시 나무

요즘 도시 근교 야산에 나가보면 아까시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꽃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얀 색깔에 향기가 진하기 이를데 없다. 키가 낮은 찔레꽃과 함께 오솔길을 하얗게 뒤덮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까시나무는 일반적으로 아카시아로 잘못 알려져 있다. 같은 콩과 식물이지만 그 속(屬)이 완전히 다르다. 아카시아는 아열대성 상록수로 우리나라에서는 밖에서 살 수 없다고 한다. 굳이 키우려면 온실에서 가꿔야 한다. 이것이 잘못 표기된 것은 아마 우리가 자주 부르는 ‘과수원길’이라는 동요 탓도 있지 않을까 싶다.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아까시나무는 한때 수난을 톡톡히 당했다. 6·25 등으로 헐벗은 황폐지 복구에 공헌했으나 푸대접을 받은 것이다. 1890년대 일본인들이 들여 온 외래수종으로 가시가 많은데다 산림을 황폐화시킨다고 해서 무차별하게 베어졌다. 심지어 나무줄기에 제초제를 주입하거나 껍질을 벗겨내 죽였다.

 

여기에는 몇가지 오해가 있지 않았나 싶다. 하나는 아까시나무가 번식력이 좋아 다른 식물을 못살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목재로서 가치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묘지 주변에 자라는 아까시나무는 관을 뚫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아까시나무는 햇빛이 많이 들어야 살 수 있는 양수(陽樹)로 녹비효과가 뛰어나다. 20-30년의 수령동안 열심히 황무지를 옥토로 만든후 다른 나무에 보금자리를 내주고 사라지는 것이다. 또 제대로 가꾸면 습기에 강하고 단단해 건축재나 포도주 통 등으로 그만이다. 아까시나무는 뿌리가 얕게 옆으로 뻗는 특성이 있어 관을 뚫는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다.

 

또 아까시나무는 세계적으로 귀중한 밀원식물로 꼽힌다. 우리나라 꿀의 70%가 아까시꽃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2002년부터 잎이 시드는 황화현상과 아까시잎혹파리로 활력을 잃으면서 꿀생산이 크게 줄었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이 아까시나무의 개화시기를 조사한 결과 서울과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도심의 열섬현상 때문인데 아까시나무가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는데다 유전자 변이가 적어 기후변화를 측정하는 자료로 쓰인 것이다.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지만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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