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종(수필가)
소양천 탐사에 나섰다. ‘전북 생명의 숲’ 회원들과 시민 등 사십 여명이 참여했다. 소양천은 전주의 동쪽인 만덕산(767m)에서 발원한 물이 완주군 소양면의 원등산(715m)에서 내려오는 물과 섞어지면서 전주쪽으로 흘러오는 내이다. 냇물은 호성동과 용진면사이를 지나 회포대교 부근에서 고산천과 합수하여 나가다가 만경강을 이루며 서해로 흐르는 것이다.
탐사대는 소양면 소재지 못 미쳐 왼쪽으로 상삼교를 건너 차에서 내렸다. 천변 길을 따라 한참을 걷는다. 길옆에는 노란 달맞이꽃들이 연이어 피어있었다. 이 꽃은 달밤에만 피는 줄 알았는데 한낮에 피어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사백 년은 됨직한 거대한 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대학보(洑)를 건너 반대편 둑길을 따라 한 시간정도 걸었다.
이윽고 회포다리아래 신천 습지에 도착했다. 우리는 넉 대의 고무보트에 나눠 타고 조별로 노를 젓기 시작했다. 하중도(河中島)를 군데군데 이루고 있는 이곳에는 부들, 줄, 갈대 등의 수초들이 무성하였고 특히 노랑 어리연꽃, 왜개 연꽃, 홍연꽃등이 물속에서 피어올라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왜가리와 백로도 먹이를 찾아서 날아들었고 흰 뺨 검둥오리도 떼를 지어 한가로운 유영을 즐기고 있었다. 부엽식물이나 수중식물은 물을 정화시키고 물고기의 휴식과 산란에 없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자연 습지를 잘 보존하는 일이야말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 아닐 수 없다.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무분별한 훼손이 강행된다면 T,S엘리엇이 <황무지> 에서 읊은 것처럼 ‘생명이 끊어진 죽음의 도시’가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황무지>
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지만, ‘전북 생명의 숲’의 젊은 회원들은 숲과 습지와 물밑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작은 생명체들에 대한 탐구와 보호에 열정을 바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열정은 이 고장의 자연과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울어날 것이다. 그것은 순수함이고, 순수함은 신선한 아름다움이다. 그래서 탐사대를 이끌어가는 젊은이들이 진정 아름답고 자랑스러워 보인다.
여름은 그 끝자락을 향해 지금 한창 속도를 내고 있다.
/진원종(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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