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찬욱(전주시의회 부의장)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20대 여성의 실종사건은 현금을 노린 택시기사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이런 흉악범죄 발생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줄어들지 않고 되풀이 된다는 데 있다. 한 때는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범죄들도 이제는 그 빈도가 높아지다 보니 “또 그런 일이 있었나?” 하고 남의 일 이야기 하듯 말하고 만다. 한편으로는 사회 전체가 범죄 불감증에 걸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인터넷과 전자상거래가 판을 치면서 이제는 개인이든, 기업이든지 간에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범죄에 그대로 노출되고 말았다.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의 정보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 있는 것이다.
이렇듯 범죄의 수법과 유형은 급속도로 다양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도로 지능화된 범죄와 아프간 인질 사태처럼 국제적인 범죄도 무시할 수 없는 범죄가 범람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 범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거나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이 벌인 일이 스스로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범죄를 조장하고 있는 사회를 탓하거나, 주변의 다른 사람 심지어 피해자 때문이라는 등 자신이 아닌 다른 외부적인 상황으로 원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재범률이 높은 이유로 범죄에 대해 반성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형수나 무기징역자들과 가까이서 생활하는 어떤 교도관은 그들에게 진정어린 반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사형제는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과연 범죄 없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걸까? 사실 범죄예방자원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열심히 활동하면 우리 동네, 우리 사회에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늘어나는 범죄와 봉사활동만으로는 절대로 막을 수 없는 지능화된 범죄, 그리고 최근에 빈번히 발생하는 사이버 범죄와 맞닥뜨릴 때는 17년간 성실히 수행해온 범죄예방활동이 허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법과 제도를 더욱더 강화시켜 범인이다 싶으면 즉각 구속하고 다시는 사회에 발 딛지 못하게 하거나, 경찰관을 수십 배 증가시켜 사회 구석구석을 감시하면 범죄 없는 사회가 건설되는 걸까? 대답은 한마디로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20~30대 흑인 남성 50~60%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그렇다. 그들은 대부분 교육은커녕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고, 그 결과 직업까지 갖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그들의 가정에서 벌어진 일을 국가도 신경 쓰지 않고, 사회도 무관심하게 방치하다 보니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짓이 범죄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도덕적인 룰을 말하고 가정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해보자고 얘기해본들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가. 국가와 사회의 무관심이 범죄를 생산하는 생산자 역할을 하였고, 범죄 불감증 사회를 만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결국엔 가정과 사회에 마땅히 존재해야 할 사랑과 온정이 부족하여 범죄가 양산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가와 사회가 보다 따뜻한 관심으로 교육을 책임지고 일자리 마련에 온힘을 다해 준다면, 우리가 찾는 가정의 평화가 찾아오고 사회가 안정되고 당연히 범죄는 줄어들 것이다.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을 원망하고 그들의 처형을 주장하기에 앞서 이웃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통해 서로를 섬기는 작은 실천운동이야 말로 범죄 없는 사회를 만드는 첩경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료시설이 있어도 병이 든 후 치료하는 것 보다 병이 나기 전에 건강관리를 잘 해두는 게 좋은 것처럼 범죄 역시 범죄가 발생하기 전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처사가 아니겠는가.
/최찬욱(전주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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