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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漢字문화권, 한ㆍ중ㆍ일 3국의 서예 - 김병기

김병기(서예비엔날레 연구기획처장)

 

매회 세계서예비엔날레가 열릴 때마다 전시장을 둘러본 서예가들은 물론, 일반 관람객들도 한국과 중국, 일본의 서예가 서로 같으면서도 그 안에 뭔가 다른 점이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정작 그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 질문에 대해서 답하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았다. 그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꼭 집어서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뭔가 다른 그 다른 점의 실체는 무엇일까? 나는 그 다른 점의 실체 즉 당대(當代) 한·중·일 3국 서예의 차이점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韓國書藝長於筆劃, 中國書藝長於結構, 日本書藝長於形象.’

 

즉, ‘한국의 서예는 필획에서 뛰어나고, 중국의 서예는 결구에서 뛰어나며, 일본의 서예는 형상(形象)에 뛰어나다’는 뜻이다.

 

물론 한국 서예도 결구에 뛰어난 경우나 형상에 뛰어난 경우도 있고, 중국 서예도 필획이 뛰어나고 형상성이 강조된 경우도 없지 않으며, 일본의 서예 중에도 필획이나 결구가 탄탄한 작품이 없지 않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보면 한국의 서예가들은 필획을 탄탄하게 긋는 데에 보다 주력하고 중국의 서예가들은 한자(漢字) 자체(自體)가 자기네 나라 문자여서 그런지 전서가 됐든 초서가 됐든 해서가 됐든 결구가 매우 다양하고 자유스러운 특징이 있다. 그리고 일본의 서예는 일찍부터 서양 미술의 영향을 많이 받아들인 까닭에 서예작품이 그림과 비슷한 형상을 갖추고 있는 것이 많다.

 

한국이나 중국,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은 필획의 움직임 즉, 선을 이용하여 서예작품을 창작한다면 일본의 서예는 주로 붓의 면(面)을 이용하여 지면(紙面)을 메워 나가는 방식으로 서예 작품을 창작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중·일 3국의 당대 서예에 이러한 차이가 생기게 된 이유는 19세기 말로부터 20세기를 거쳐 21세기를 맞이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3국이 처한 문화적 환경이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은 일찍부터 아시아를 떠나 유럽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이른바 ‘탈아입구(脫亞入歐)’의 문화정책을 취하였고, 중국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공산주의 소련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특히 문화혁명으로 인하여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철저하게 부정한 경험이 있고 한국은 광복이후 미국 문화의 영향아래 스스로의 전통문화를 홀시하는 문화 환경에 처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최초에 중국의 한자 문화를 받아들여 서예를 하기 시작하였을 당시에는 어땠을까? 그리고 일본이 또 한국의 서예문화를 받아들여 그들의 서예 문화를 창출하던 당시에는 또 어땠을까?

 

한국은 중국의 서예를 그대로 베껴 오고 일본도 한국의 서예를 그대로 베껴 갔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중국의 서예를 받아들일 때부터 나름대로 한국 민족의 고유미감을 서예에 반영하여 중국의 서예와는 다른 풍모의 서예를 창출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다른 점들은 한국 서예사를 장식하고 있는 고대의 금석문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고 또 한국 서예사에 굵은 획을 그은 몇 몇 특출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하여 확인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민족이 서예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서예를 통하여 표현하고자 했던 고유 미감은 어떤 것일까? 지금에 와서 그러한 미감을 정확히 규명하여 ‘그 무엇’이라고 확언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그 무엇’은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그 무엇’의 실체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그 무엇’의 전통을 바탕으로 서예를 재해석하고 재창조하여 21세기 세계의 서예 문화 공간에 우뚝 설 수 있다.

 

/김병기(서예비엔날레 연구기획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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