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우리겨레하나되기 전북운동본부 사무처장)
금기의 선을 넘어 금기의 땅에 가서 금기의 인물을 만나고 온 노무현대통령이 분단체제의 금기를 무너뜨릴 보따리를 안고 환하게 웃으며 돌아왔다. 언론과 정치권, 재계에서는 남북이 경제공동체 단계로 발전할거라며 경협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2007남북공동선언은 과감한 경협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건설,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과 합의문에는 없지만 이미 논의가 시작된 <북 원유의 공동개발> 까지. 그야말로 “통일이 밥 먹여 줄 거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북> 조선협력단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하지만 우리 측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몇 년간 남북 교류사업을 해온 필자가 지켜본 바 북을 방문하는 남측 사람들은 낙후한 북의 겉모습에서 우월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 그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우리가 북한을 개혁. 개방시켜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6.15선언 이후 “무력에 의한 흡수통일”이 “돈에 의한 좀 더 소프트한 흡수통일”로 대치되는 경향이 있었다고나 할까? 전자나 후자나 공통점은 북이 선택한 체제와 사상을 존중하지 않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개성을 내주었더니 사업 속도는 제대로 못 내면서 “개혁, 개방”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체제를 변환시키겠다는 선전을 하는가에 대해 따졌다고 한다. 예상보다 거센 공세(?)를 받은 노대통령이 “역지사지”를 이야기하며 이제 정부도 국민도 그런 말을 하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아리랑 공연 관람 후 기립박수 등의 행보로 북의 체제와 사상을 존중한다는 마음을 표현해 주었다.
두 정상의 대화와 마음은 고스란히 합의문으로 만들어졌다.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로 경협의 목적을 밝힌 5항도 중요하지만 2항이 오히려 더 근본적이다. “남과 북은 상호 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하기 위해 서로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으며”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법률적 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 나가자고 명시한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지난 7년간 남북교류 현장에서 드러났던 “상대의 선택에 대한 무시와 상대가 내 방식대로 바꿔야 한다는 자세”는 “상호 존중과 신뢰의 자세”로 바뀌어야 한다.
사상과 제도를 초월하여 상대를 인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사실 북측이 좀 앞섰다. 2005년 서울에서 열린 8.15민족공동행사에서 북측 대표단이 현충원을 전격 방문, 참배함으로써 의지 표명을 한 것이다. 좀 늦었지만 이제는 남측이 “북측 참관지 제한 해제”로 답변해야 할 차례다. 내친 김에 첫 삽은 북측이 먼저 떴으니 두 번째 작업인 “국가보안법 폐지”는 남측이 먼저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과 법과 제도를 바꾸고 상대를 진지하게 바라보면 촌스럽고 구태의연하게만 보였던 그들의 숨겨진 장점과 에너지를 비로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가끔 60년 분단의 경험이 통일 이후 코리아의 발전 동력으로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측이 북측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롭긴 하지만 사회양극화, 물질만능주의 등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현재의 남쪽 시스템과 문화를 북측에까지 확산시키는 것보다(이것은 사실 자주성을 생명으로 아는 북의 특성상 가능하지도 않다) 오히려 서로의 것을 연구해서 그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협력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의외로 전 지구적인 빈부격차를 양산하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제3의 길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래한 새 시대는 발상의 전환과 무한한 상상력을 원하고 있다.
/김성희(우리겨레하나되기 전북운동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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