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열(전주덕진경찰서 모래내지구대원)
일선 지구대의 하루는 분주하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건 사고를 접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교통사고가 단연코 많다. 특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현장에 나가 보면 아슬아슬한 광경이 너무나 많다.
사고 유형을 보면 신호대기를 하다가 잠이 들어, 도로 한가운데 주차 된 상태도 있고, 중앙분리대나 화단을 들이 받고 중앙선을 침범해서 대형 사고를 낸 경우도 있다, 특히 아침까지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게 측정되어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형사 입건되는 예도 부지기수다.
음주운전으로 단속 되어 처벌이 될 경우에는 형사처분과 행정처벌을 받게 된다, 먼저 형사처분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부터 0.09%까지는 과거 음주운전의 전력이 없는 경우에는 대략 벌금100만 원 안팎이고 0.1%이상은 100만 원 이상이다. 또한 행정처분은 0.09%까지는 면허정지가 100일이고, 0.1%이상은 면허취소와 함께 취소일로부터 1년 동안 면허 응시자격이 없어진다. 이러한 엄격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음주운전을 하고 있다.
간혹 음주사고를 젊은이들이 내는 경우가 있다. 그 중에서도 취직 전의 젊은이들인데, 직장에 따라서는 그러한 과거의 사고 경력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도 하지만, 때로는 결정적인 결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은 밤새 술을 마시고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결국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법 규정을 몰라서가 아니라 잠시의 방심이 불러온 결과일 것이다.
요즈음 취직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대학만 졸업하면 취직이 되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취직자리가 없고 대부분이 삼사 년 씩 줄기차게 공부를 하고도 합격이 보장 되지 않을 정도로 취업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을 하는 것은 객기를 용기로 잘못 알고 있는 그들의 오판 때문인지도 모른다, 진정한 용기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예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술자리에 참석해서도 술을 마셔야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잘 판단하고 그 상황에 맞게 대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달콤한 유혹 앞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용기인 것이다.
얼마 전 사법고시 일차 시험에 합격한 젊은이가 사고를 냈다.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어렵게 공부해서 이루어낸 좋은 결과였는데 음주사고를 낸 것이다. 눈물과 통사정이 통할 리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뒤늦게 정신이 든 청년은 애절한 마음으로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 상황을 지켜보며 누군들 안타깝지 않을까만 유독 마음이 아팠다. 경찰이기 전에 부모의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책임을 대신 할 수 없는 일이라서 스스로 해결해야 하지만 그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현실이다.
그들의 사고를 접수하고 처리하는 일이 주된 업무인 경찰이라는 직업이 부담스러울 때도 많다. 그것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한 번의 실수로 많은 경제적 부담을 안아야 하고 인생에서 천재일우의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렇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의 소중한 생명까지 잃게 할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시름겨울 때, 누군가를 만나 반갑고 즐거울 때, 술은 좋은 매개체다. 그러나 술이 술을 마신다고했다. 이는 절제력을 마비시키는 술의 위용을 빗댄 말이다. 똑같이 술을 한 잔 마셨어도 혈중 알코올 농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그러므로 한두 잔을 마셨어도 운전을 하면 안 된다.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화를 불러온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거나 술로 인해 건강이 나빠지면 술을 탓한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술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술을 탓하기 전에 술을 마시기로 선택한 자기 자신을 탓해야 할 것이다.
/유종열(전주덕진경찰서 모래내지구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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