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숙(전주시의원)
한국사회는 작은 지구촌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국내 거주 외국인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그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전주도 이런 물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전주시에만 거주하는 외국인의 수가 3천여명에 달하며 이들은 주로 외국인 근로자이거나 국제결혼이주자 등이며 국제결혼을 통한 자녀역시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이다. 최근 들어 필리핀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이주여성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여성들과의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각양각색의 문화가 혼합되는 이른바 다문화(多文化)시대가 찾아온 셈이다.
일부 인권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이주민들과 함께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무엇일까.그것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를 통한 연대가 아닌가 한다. 한편에서는 알맹이 없는 축제가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을 빗대 축제에 대한 부정적 언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역축제에 결혼이주민들을 초대해 함께하는 것도 축제의 의미를 살리는 한 방법일 것이다. 이주민들이 우리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은 이상, 우리는 이들을 포용하고 함께 해야 할 가족이라는 점에서 다문화축제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축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전주시가 다음달 9일부터 개최하게 될 ‘2007 전주천년의 맛 잔치’기간에 이주민 여성을 초청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이미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이주민 여성을 축제에 참여시키고 있으며 나름대로의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문화관광부가 해마다 주최하고 있는 ‘이주민과 함께하는 다문화 축제’는 많은 이주 여성들이 참여해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있으며 벌써 7회를 넘긴 부천의 ‘다문화 축제’와 안산의 ‘3국3색 축제’는 성공적인 축제로 평가를 받고 있고 음성군과 충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다문화 축제 역시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추진해온 전주시의 각종 문화축제에는 아쉽게도 이주민들을 위한 다문화 축제가 빠져있다. 이주민의 수가 3천여명에 달하며 그 수가 나날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이제 우리도 이들과 함께하고 이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넉넉한 전주의 인심과 맛을 이들에게 보여주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주여성들이 겪는 많은 어려움 가운데 가장 힘든 게 우리의 입맛에 맞는 전통적인 음식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 생소하기 짝이 없는 낯선 곳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곳도 힘들겠지만, 이보다 쌀로 밥을 짓고 김치를 담그고, 찌개를 끓이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다행히 다음달 9일부터 5일 동안 열리는 전주시의 맛 잔치에는 전통전라도 김장 담그기 시연과 음식문화 특강 등이 준비돼 있다. 이 행사에 이주여성들을 초청해 전주의 맛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우리의 음식문화를 선보이며 전주의 문화를 공유하는 기회로 만들었으면 하는 욕심이 든다.
일반적으로 개인과 개인이 만나 서로 익숙해지려면 많은 노력과 이해가 필요하다. 다문화 축제는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거두고 이주민에 대한 인식의 개선을 뛰어넘어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만남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저마다 독특한 문화를 가진 이주민들이 우리의 문화와 융합되면서 더욱 풍성한 문화를 재창출해내는 축제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은 분명히 기뻐할 일이다. 한국은 지금 역사상 유래 없는 국제결혼이 성행하면서 우리가 그동안 자랑해온 단일민족국가의 개념이 바뀌고 있으며 최근에는 UN마저 우리정부에 단일민족국가에 대한 인식전환을 권고하는 시점이다. 이제 이주민들에 대한 프로그램 발굴이나 개발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른 자치단체들이 다문화 축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이들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앞으로 우리시의 각종 축제에 이들을 참여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 진정한 글로벌 전주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권정숙(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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