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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호남이 없다면

많은 호남사람들이 좋아하는 문구 중에 하나가 무호남 무국가(無湖南 無國家)다. 공공의 장소에서 눈에 띄기도 하고 말마디깨나 하는 사람들이 흔히 인용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충무공 이순신의 말이다. 내용은 이렇다.

 

“삼가 생각건대 ‘호남은 국가의 보루이며 장벽이니 만약 호남이 없다면 곧 국가가 없는 것입니다.(湖南國家之保障 若無湖南 是無國家)’ 이런 까닭에 어제 한산도에 나아가 진을 쳐 바닷길을 막을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난리 중에도 옛 정의를 잊지 않고 멀리서 위문편지를 보내시고 아울러 각종 물품도 받게 되니, 진중(陣中)의 귀물이 아닌 게 없어 깊이 감격하여 마지 않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어느 날에야 더러운 적을 소탕하여 없애고 예전의 종유(從遊)하던 회포를 실컷 풀 수 있겠습니까. 편지를 대하니 슬픈 마음만이 간절할 뿐입니다.”

 

이것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이듬해인 1593년(선조 26) 7월 16일 충무공이 사헌부 지평 현덕승(玄德升)에게 보낸 편지 끝 부분에 실려있다.

 

당시 조선은 풍전등화와 같았다. 일본군이 경상 충청 강원을 유린하고 도성마저 함락시킨 상황이었다. 이때 전라수군절도사였던 충무공은 마지막 남은 호남을 최후의 보루로 삼았다. 더우기 곡창인 호남이 무너지면 식량 보급마저 끊길 위기에 놓여 있었다. 또 호남의 의병들이 진주성 제2차 혈전에서 모두 순절한지 보름이 지난 때였다. 충무공은 당시 호남 의병및 수군의 헌신을 기리고, 군량미 보급기지로서 호남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이 말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충무공의 이 말은 이후 호남인들에게 엄청난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 또 동학농민혁명, 광주학생운동, 5·18 광주항쟁에 이르기까지 연면하게 이어져 왔다.

 

12월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이 말이 심심치 않게 언급되고 있다. 특히 호남의 표심을 얻기 위해 ‘호남 예찬론’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호남은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탄생시켰다. 30년 넘게 이어 온 개발독재와 군부정권을 물리치고 민주화라는 시대흐름에 물꼬를 텄다. 전략적 선택을 통해 힘을 몰아 준 것이다.

 

이번 대선은 많은 변수가 자리한다. 한나라당은 호남을 껴안으려 하고 범여권은 텃밭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호남의 선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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