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규(전주시의원)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이다. 빨리 빨리 변하기도 하지만 더디게 변하는 구석도 있다. 오래된 도시에서 인위적으로 도시환경을 변화시키려고 하면 무척 힘들다. 그만큼 다양한 관계와 양보할 수 없는 목소리 등 힘이 녹아 있는 것이다. 그간 전주시는 공동화가 깊어지는 구도심에 많은 활성화 사업을 하였지만 기대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트폴리스 추진으로 전주를 새롭게 디자인하여 아름답고 특색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시책을 홍보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며, 허상이 아닌 실상이 되어가길 기대해 본다.
건축을 통해 도시가 명품이 된 구마모토 아트폴리스는 모델 도시이다. 성공사례를 살펴보는 일은 시작단계의 전주시 아트폴리스에 시사점이 될 것이다.
일본 수상을 역임한 호소카와가 주지사 시절인 1990년 초에 시작됐다. 규수섬의 구마모토시는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낙후된 도시로서, 지역낙후 탈피전략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계획이었다. 일본 내륙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도시경관으로 가장 일본적 아름다움으로 도시를 예술적으로 재창조 하였다.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를 위한 독자적인 특징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있다며 주민들이 요구했던 3가지 제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울창한 산속마을과 지역적 조화를 이루는 풍경과 건물일 것, 둘째는 목조건물일 것, 세째는 100년이 지난 뒤에도 문화재로 남을 수 있는 건물일 것을 요구했다. 그래서 3만명의 구마모토시에 15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한편 1965년 시작하여 1988년 요코하마 디자인 도시선언을 선포한 요코하마 21세기 플랜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국제도시 디자인 전람회를 개최하는 등 모델도시가 되고있다.
변화무쌍한 현대도시에서 아름다운 도시만들기는 자유가 아니라 규제의 산물이다. 아트폴리스가 지속가능한 성공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동의와 내부의 자생적 힘을 주목해야 한다. 주민과 예술가 전문가등을 적극 끌어들여서 다자간 협의체를 구성할 때 민간 거버넌스가 소통되며 문화예술 콘텐츠가 여과된다. 용역기술자에 의한 공학적 프로젝트나 교과서적 디자인은 모방과 흉내만 낼 뿐이다.
진정성에 미친 열정적인 사람이 많아질 때 시민참여를 통한 공공디자인 사업이 넓어질 때 전주다움의 색깔이 있는 아트폴리스가 만들어질 것이다. 즉, 삶 속에서 생활하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 자생적인 에너지가 확산될 수 있다. ‘2007 생활공간 문화개선사업’의 동문거리 디자인사업은 좋은 선례의 길이 된다. 미술작가와 상가 주민들이 협의하여 장기간의 준비와 실험을 거쳐서 주민들이 자생력으로 문화공간을 만든 사업이다. 빈 점포를 전시공간의 갤러리로 창조하였다. 가장 현대적이지만 살벌한 뉴욕, 높이로 치솟는 하모니카 도시 뉴욕을 아름다운 도시, 문화와 예술의 도시가 되기까지는 30여년의 시간이 경과되었으며 문화자본이나 돈의 힘이 아닌 뉴욕을 뒤집어 엎겠다는 1960년 당시 시장의 야심찬 선거구호와 개혁의 열정과 비전이 시민 참여를 이끌어 냈다. 최고층 빌딩도시에서 문화예술 도시로 프랑스 파리를 능가했다. 예술 참여자 그리고 미술 게릴라들의 생존권적 투쟁이 도시를 변화시키고 뉴욕의 소호거리를 만들었다.
사람만이 아트폴리스의 핵심 고리이다. 민선시대 단체장의 문화 예술 리더쉽과 열정이 요구되는 터닝포인트 지점이다. 행정 주도의 수직적 구조보다는 민간 거버넌스가 절실하지 않는가? 묻기는 쉽지만 대답이 쉽지 않은 힘든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한국적 도시, 전주 아트폴리스는 이미지가 아닌 구체성의 사업이다. 소리·음식·영화를 비롯한 한브랜드 사업의 문화콘텐츠 자산을 디자인적으로 표현 할 때 아트폴리스는 정체성을 분명히 할 것이다.
/김남규(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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