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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공연장 예술교육과 관객개발 - 박병훈

박병훈(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팀장)

최근 미국에 이민 갔던 대학 동기가 잠깐 귀국한 것을 빌미로 오랜만에 대학 동기들이 만났는데, 화제의 중심은 단연 자녀 교육 문제였다. 오랜 유학생활 끝에 돌아와 대학 강의를 하고 있는 한 동기가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가 미국에서 생활할 때는 독특한 개성과 번뜩이는 창의성으로 영재 소리를 들었는데, 한국에 돌아와 보니 주변 아이들 대부분이 경시대회 입상 및 특목고 입학을 목표로 중학교 2~3학년 과정 수학과 과학 과외를 받는 통에 자기는 늘 평균 이하의 성적을 받아서 의기소침한데다 친구들 중 상당수가 미술, 음악, 체육, 한문, 논술 등 특기 과외 탓인지 못하는 게 없는 슈퍼맨들이라 몹시 주눅 들어 있다”며 한국의 교육열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그나마 자조적으로 “그런데, 이렇게 모든 분야를 잘하는 아이들이 미국에 조기유학을 와서 대학에 들어가면 대부분 평범한 학생들로 변하는 것이 참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유수한 해외 예술 콩쿠르 심사위원들이 주어진 과제물을 소화하는 한국 학생들의 놀라운 테크닉에 감탄하면서도 개성적인 자기만의 표현 능력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아름다움과 감동을 추구하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사유 없이는 훌륭한 테크니션이 될 수 있을지언정 진정한 장인의 경지에 이르긴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그 심각성은 결코 덜하지 않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자녀들 예술교육도 시키고 다양한 예술체험도 가능하지만 사회적 약자 계층은 비싼 관람료 덕분에 변변한 예술체험 한번 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몇몇 뜻있는 개인과 단체의 헌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결코 아니다. 결국 전 국민의 평등한 행복권을 추구해야 할 정부와, 이윤의 사회적 환원 의무가 있는 기업이 저소득 계층의 단순한 생계 지원 뿐 아니라 예술체험 및 예술교육 등에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는 옛 속담처럼 어린 시절 예술 체험과 교육은 한 사람의 평생 행복지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공공 공연장의 예술교육은 이와 같은 국민 행복권 추구 차원에 덧붙여 미래의 잠재관객을 개발하고 육성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파리시와 문화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프랑스의 홍뿌앙극장(Theatre du Rond Point)은 파리 주변에 위치한 문화소외지역 학생들에게 연극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한 반당 30명의 학생들로 이루어진 연극반 25개가 운영되는데, 연극교사와 전문배우들에게 연극을 배우고 연말에 대중들 앞에서 발표까지 하게 되는 학생들의 체계적인 예술체험이 그들과 주변 사람들의 사회적 통합에 끼칠 영향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대다수 국민이 예술을 사랑하고 향유한다는 문화선진국 프랑스의 위상을 단적으로 대변해준다. 또한, 최근 1년간의 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일본극단 시키(四季)의 경우 학생극단으로 출발해 현재 8개의 전용극장을 소유하고 연간 3천회 이상 공연하는 초대형 극단으로 성장했는데, 그 기반에는 ‘아이들을 위한 뮤지컬 플레이 닛세이극장(日生劇場)’이라는 미래 관객 육성 행사가 있다. 극단과 협력 기업인 일본생명보험이 교육위원회와 협의해서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공연에 학생들을 무료 초대하는 이 행사는 시행 첫 해인 1964년에 500여 학교 10만여 명의 학생들을 초대한 이래 현재까지 300만 명 이상을 초대했는데, 이들이 성장해서는 자녀와 친구들을 데리고 극단 시키의 공연장을 찾는 것이다.

 

미약한 시도이긴 하지만, 단순한 실기교육의 차원을 벗어나 저렴한 비용으로 공공 공연장에서 제공할 수 있는 통합 예술체험을 목표로 하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교육 2학기 과정이 이번 주말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박병훈(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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