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19 06:10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일반기사

[기고] 쭉정이 쌀, 그 안의 불편한 진실 - 라병훈

라병훈(전북쌀산학협력단 기술자문위원장)

지금, 직론쾌설로 아무리 쌀 문제를 제기한들 귀담아 들어 줄 대선후보자가 과연 있을까? 없다. 바야흐로 대선을 한달도 남기지 않은 채 민의를 무시한 채 전개되는 혼탁한 정쟁의 시기인지라 지나친 욕심이란 자괴감만 들 뿐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판국에 교과서적으로 아무리 若無農業 是無國家(나라를 지키는 것은 농업을 지키는 것과 같다) 라 떠들어 대고 환경적 측면에서도 건전하고 동시에 경제적 측면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쌀 농업을 실현하자고 아우성 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쭈빗거리며 목청을 돋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왜일까? 그것은 수확량 감소와 품질하락일하는 쌀 농업 현실의 문제요 쌀 농가 생계 막막 깊은 시름이라는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9.15 정부 쌀 작황조사(전년대비 3.5%감소)와는 달리 실제 들녘의 사정은 다른 것 같다. 일례로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주곡 평야지대의 경우 15%이상 감소에다가 쭉정이 작황마저 감안하면 30%이상의 실질 쌀 소득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선주자도 마찬가지다. 그 정쟁이야 어떻든 대선 주자들은 농심 속으로 들어와 30여년 만에 최악의 쭉정이 흉작을 걷어 들일 수밖에 없었던 농가들의 굵게 페인 주름살을 진지하게 어루만져 주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공약에 담아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들녘여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쭉정이 흉작, 그 원인은 다양한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으나 주요한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환경파괴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주범이다. “불편한 진실”이라는 환경 다큐멘터리로 금년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전 미국 부통령 엘 고어는 지구 온난화 문제는 이미 정치적인문제가 아니라 도덕적인 문제로 규정해야 하는 시대임을 전제하면서 “이상기후라는 시한폭탄을 우리는 이미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준엄한 경고장을 보내주고 있다. 그렇다. 경험한바와 같이 금년 늦가을 장마, 일조량 부족, 남부 주곡지역 아열대성 기후대 진입우려 등 현실에서 벌어지는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현상은 흉작과 쭉정이 수확의 최대의 주범임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둘째, 논토양의 화학비료(질소,인산,카리) 과부하가 주범이다. 지난해 OECD가 발표한 환경성과 보고자료 자료만 봐도 그렇다. 질소비료 사용량은 우리나라가 헥타당 189kg으로 단연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웃 일본의 두 배 이상이다. 이는 다수확 위주의 눈먼 관행농법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농업인 스스로가 토양을 죽이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애기나 다름없다.

 

이상과 같은 쭉정이 쌀 흉작의 원인은 우리가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풀어 헤쳐야 할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인 셈이다. 즉, 쌀의 문제를 먼저 환경문제로부터 풀어내야 하고, 농업인들의 쌀 농법 관행을 뒤엎어야 하는 문제이므로 불편한 진실일 수밖에 없다는 애기다. 서두에서 쭈빗거리고 말았지만 지금 대선후보자들이 냉랭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을라치면 적어도 “시한폭탄이 되어버린 환경오염과 썩어 문드러진 토양“ 문제에 대한 개선책이라도 정책공약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준다면 표심잡기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라병훈(전북쌀산학협력단 기술자문위원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