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섭(전주대 문화관광학부 교수)
전주는 조선시대 전라도 관찰사가 집무하던 전라감영이 있었다. 한마디로 전주는 전라도의 행정수도였고, 경제유통의 중심이었다. 조선시대 삼남지방에서 유통 규모가 가장 큰 시장이 전주 남부시장이었다. 조선시대 전주부성의 사대문 밖에는 시장이 조성되어 있었고, 그 시장의 전통은 지금도 살아있다. 남문밖에는 남부시장, 동문밖에는 동부시장, 북문밖에는 중앙시장이 그 위치에 있는데, 아쉽게도 서문밖의 서부시장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지만, 상권은 옛 모습 그대로다.
사대문밖 시장의 공간과 전통이 그대로 살아있다. 조선시대 4대문밖 시장은 전주부성의 도시구조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근대화과정에서 4대 시장은 ‘재래시장’으로 전락했고 낙후된 시장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발걸음을 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전주시가 추진하는 전통문화도시 조성사업에서 4대문밖 시장은 가장 먼저 안고 가야할 전통문화자원이 되고 있다. 우선 명칭부터 재래시장이란 말 대신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자. 그리고 실속없는 시장살리기 캠페인보다 전통시장의 문화유산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자.
전주의 전통시장을 살리고 옛 명성을 되찾는 두 방안을 제시해본다.
하나는 ‘전주 4대시장의 날’을 선정하자. 시장상인들도 전주시민들에게 감사의 잔치를 벌여보자.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위협적인 상황에서도, 전주 4대시장을 지켜준 전주시민들에게 감사하자. 시장번영회가 주도해 4대시장의 날에 시민감사축제를 벌여보자. 시장상인들이 먼저 시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자. 시민들이 감동하고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장터는 항상 축제적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는 곳이다. 그 장터마당에 맘껏 먹고 마시고 놀아보자. 시장의 축제판은 자연스럽게 인심이 소통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으로 전환될 것이며, 이런 분위기가 연출되면 할인쿠폰행사를 하지 않아도 주부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으로 몰려갈 것이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 4대시장을 살리는데, 그동안 행정이 앞장섰지만 이제 시장상인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
다른 하나는 전통시장을 살리는 연계성 축제를 개최하자는 것이다. 매년 전주에서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고 있음에도 전통시장을 살리려는 축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축제의 본질은 사람들의 소통이다. 인심과 정(情)이 살아있는 전통시장은 축제하기에 아주 좋은 충족요건을 갖추고 있다. 기본적으로 시장에는 사람이 있고, 그들이 상인들의 희망이다. 그런 점에서 시장건물의 현대화보다 상인들과 소비자를 잘 엮어내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4대 시장이 부성의 사대문밖에 조성되어 있는 만큼, 객사를 중심으로 전라감영터를 축제의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4대 시장을 살리는 축제를 개최해야 한다.
축제시즌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생각해보건데, 내년에는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와 전주천년의 맛잔치도 사대문안을 축제공간으로 활용하여 4대 시장과 전주시민을 소통시키는 매개적인 역할을 한다면 축제도, 시장도, 문화도 살리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발효음식엑스포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4대 시장에서 판매 가능한 품목들이고, 전주천년의 맛잔치에 참여하는 음식점도 사대문 안팎에 집중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빈 터보다 사람이 있는 곳에서 축제를 벌이자. 장터는 난장이 설 수 있는 효과적인 공간이다. 전통시장과 기존의 발효음식엑스포 및 전주맛잔치를 연결시키고 장터에 사람이 몰려들면 자연스럽게 난장이 선다. 시민들과 상인들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난장이 서면 축제는 성공하고 시장은 활기를 띨 것이다.
방법은 머리만 맞대면 얼마든지 있다. 시장살리는데 더이상 구호나 피켓은 필요없다. 상인들이 먼저 베풀고, 시민들이 그 마음을 나누어 가질때 전통(재래)시장살리기의 꿈은 이뤄질 수 있다. 내년 가을에는 전주 4대문 시장에서 베품과 나눔의 축제가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송화섭(전주대 문화관광학부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