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영(완주군 비전21 정책단장)
얼마 전 전라북도 교육청 전을석 장학사가 기고를 통해 최근 완주군이 추진하고 있는 기숙학원 설립 운영계획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한 바 있는데, 그러한 어이없는 글을 접하고 10만 완주군민은 분노와 울분의 차원을 넘어 진한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그러한 의도가 특정인의 사주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주민의 자주적 의사결정 방식으로 교육자치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시대적 여망을 애써 외면하고 싶어서인지 묻고 싶다.
현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책임을 통감하고 자성하며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할 책임 있는 사람이, 그러한 궤변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을 보니 다시 한번 서글픔이 밀려온다. 마치 물에 빠져 죽기 직전인 사람을 구해주었더니, 내 보따리 내놓으라며 상대방 뺨을 때리는 상황과 흡사하다고 할까.
그는 “대도시 학생은 각종 경시대회 수상 실적이나 수능 성적으로, 농촌학생은 지역균형 선발제나 농어촌특별전형으로 명문대에 진학한다”고 하면서 “결국 농촌 학생은 내신 성적 향상에 힘써야지, 기숙학원에서 수능 위주의 준비는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한 논리라면 농촌학생은 실력 향상보다는 오로지 내신에만 목을 매야 함은 물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좋은 대학만 가면 된다는 얘기인가.
그러한 발상과 사고방식이 전라북도 교육청 전체의 입장인가, 아니면 전을석 장학사 혼자만의 소신인가.
또한 “인구는 교육이 아니라 경제에 의해 좌우된다”거나 “교육과 인구는 별개이니 인구문제를 핑계로 교육을 호도하지 말라”는 주장에는 아연실색할 뿐이다.
어떻게 교육과 인구가 별개인가. 전라북도 농촌지역 인구가 20~30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된 가장 큰 이유가 교육 때문이라는 것을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 사실인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하는가.
몇 년 전 완주산업단지에 둥지를 튼 LS전선 직원들은 주말만 되면 반복되는 귀경행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절대 다수가 자녀교육 때문에 ‘나홀로’족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만약 완주군에도 대도시에 버금가는 교육환경이 갖추어져 있다면, 그러한 번거로움이 상당부분 해소되지 않을까.
그는 또 완주군의 “에듀빌 계획이 관내 소외계층 자녀를 모두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교육 전담기관에서 해야 할 사업을 해당 지자체가 앞장서 하는 것에 대해 칭찬하고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재를 뿌리려는 심사는 어떠한 위기의식 때문인가.
순창군 주민들이 돈으로 동원되어 데모대에 참여했다는 그의 주장 역시, 전체 군민을 모독하고 우롱하는 처사다. 옥천인재숙이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중지를 모아 보완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해야지, 처음부터 기숙학원 설립 자체를 부정하기 위한 부정은 전형적인 마키아벨리즘의 표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올바른 지방자치는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들만의 보신주의에 편승하여 자기들만이 교육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한 이 나라 교육 발전은 요원할 뿐이다.
현재의 우리 교육은 반쪽짜리에 불과하고, 완전한 교육을 위해서는 완전한 교육자치제도가 하루빨리 실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세계속의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소명영(완주군 비전21 정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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