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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름 닦아내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 - 조금숙

조금숙(전북여성단체협의회장)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는 우리 생태계가 겪은 최악의 인재이다. 갯벌은 죽음의 늪이 되고 양식장은 악취가 풍겨나며 모래사장은 시커먼 기름기로 처참한 지경이다. 경제적 손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바다가 삶의 터전이었던 주민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 버려 숯덩이가 되었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기름을 좀 닦아보려고 여성단체의 젊은 회원들과 같이 달려갔으나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고, 태안군청 안내원들이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고 하면서 접근을 말렸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거대한 힘을 가졌으나 그에 상응하는책임감은 그 누구에게도 없으니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원인과 책임을 따질 때가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기름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름 덩어리는 멀리 퍼지고 우리 군산 앞바다까지 타르 덩어리가 떠내려 왔다.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피해와 복구기간은 그만큼 늘어나고 이런 사고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제기술은 우리나라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기름막이 울타리를 쳐 보고 유화제를 뿌리고 있지만 그 한계와 부작용을 눈으로 목격했다.

 

결국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손으로 기름덩어리를 걷어내고 모래와 조약돌에 묻은 기름을 헝겊으로, 손수건으로, 부직포들로 닦아낼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결국 사람의 손길만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그동안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봉사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 덕으로 복구가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지고 있다. 방제지원을 위해 현지에 도착한 미국연합 경비대원들도 재빠른 기름제거에 놀라워 했다. 10년전 일본의 미쿠니 사고에서는 바다에 쏟아진 기름을 30만명의 봉사자가 석달만에 치우고 모두 닦아냈다고 한다. 태안반도에 쏟아부은 기름은 미쿠니보다 배가 넘는다. 그러기에 하루에 2만명이 1년간 닦아내야 한다고 한다.

 

특히 이번에는 비슷한 사고를 겪은 여수시민들과 소말리아의 피랍선원들까지 참가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은혜를 갚기 위해서이다. 사랑은 결국 사랑을 낳고 있다. 봉사란 번식력과 파급효과가 이토록 큰 것이다. 인정이 훈훈한 선진사회는 이렇게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결국 우리 모두가 그 덕을 볼 것이기에 사랑의 봉사는 훌륭한 보험이며, 효율적인 투자이다. 지금의 이 열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남의 아픔에 동참해본 사람만이 자신의 삶도 더욱 값질 것이다. 몸으로 못하면 성금을 보내어 위로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함께나누는 기쁨

 

제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연말 연시가 되면 얼굴없는 천사가 어김없이 돈뭉치와 돼지저금통을 전주시 노송동 화단에다 놓고 사라진다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시민들은 감동하고 있다. 8년이란 세월을 자신을 철저히 숨기면서 한 아름다운 봉사금이 모두 8000여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따뜻한 마음과 작은 여유만 있다면 나눌 수 있는 것은 의외로 우리들 주위에 많다. 나의 작은 나눔이 누군가의 행복을 여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우리는 평소 생활에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삶을 엮어가노라면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당신의 사랑 나눔으로 세상은 어제보다 오늘이 더 행복해질 것이다. 추운 계절이기에 어려운 이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연초가 되었다.

 

하루하루 생계가 막막한 가정과 연탄 한장을 아끼려고 냉골방에서 새우잠을 주무시는 독거 어르신, 점심을 거르는 소녀소년 가장 등 함께 나누어야 할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 적지않게 있지만, 고유가에 또 대선정국에 휘말리고 사회불안 심리에 사랑의 모금에 대한 관심도가 저조한 실정이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사회와 이웃들로부터 은혜를 알게 모르게 받게 된다. 이처럼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되돌려주는 것이 바로 나눔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자가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할 형편이라면, 우리 사회의 공동체에 희망이 있다고 하는 증표이기도 하다.

 

/조금숙(전북여성단체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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