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국회의원)
새해 소원성취 하라는 인사를 많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크건 작건 소원은 있는 법이다. 예로부터 부자들은 안정된 치안질서 속에서 쾌락 향유를 바랐고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 되는 게 꿈이었다. 역사적 영웅이나 제왕도 천하통일 같은 것을 소원했다. 김구 선생의 유명한 글 ‘나의 소원’이 생각난다. 남북통일이 그의 소원이었다. 중국 천하를 최초로 통일했던 진시황도 불로장생이라는 소원을 따로이 갖고 있었다. 그래서 ‘소원성취’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인사말인 모양이다.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소원성취라는 인사말에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대답은 무엇일까. ‘나라의 융성과 가족의 햄복’정도면 모든 이의 소원을 잠재울 수 있을까. 요즘 나는 거기에 ‘지역의 균형 발전’이란 말 하나를 더 보태고 싶다. 지역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데는 중앙정부의 책무가 가장 크다.
그런데 지난 대통령선거로 정권이 교체됐다. 투표 결과를 보면 이 지역만 별로 지지하지 않은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그런 중앙정부 아래서 어떻게 이 지역의 균형발전을 추진할 수가 있을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개발독재에 의한 경제성장 시대에 중앙정부의 그런 역할을 경험한 바 있다. 그 후 민주화 정부를 운영하면서 탈권위와 지방자치를 뿌리내렸다. 이제는 양적 성장이나 거대사업이 아니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새로운 시대사조가 자리잡았다. 그런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지역경제권과 지역문화권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스스로 진로와 운명을 선택해 나가야 한다.
그같은 지역공동체의 노력에 중앙정부가 얼마나 국가 예산을 지원하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할 것이다. 그 문제는 바로 각 지역의 국민대표로 구성되는 국회가 해결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일반적인 국민의 대표이지만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지역간 균형발전에 가장 책임이 크다. 그렇게 하다가 국회가 지역주의로 흐를 위험성도 커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전문성에 바탕한 전국구 의원을 둔 것이다.
한편 국회의원이 예산 투쟁만으로 임무를 다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보다 더 큰 창조적인 역할이 있다. 바로 자본의 유치다. 국내 기업은 물론이려니와 해외 자본의 투자를 끌어오는 역량이야말로 지역경제를 부흥시키는 원동력이라 할 것이다. 예산투쟁이 작은 빵을 두고 싸우는 레드오션이라면 자본유치는 망망대해에서 제한없이 자원을 캐는 것과 같은 블루오션에 해당한다.
해외 자본유치로 번영을 이루어 가는 대표적인 예로 중동의 두바이가 있다. 그들은 개방된 사고로 자기 자본 없이도 중동과 유럽을 잇는 금융허브를 이룩했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가 초빙해 온 엘든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도 두바이 건설을 도왔던 전문가라고 한다. 2005년 5월 두바이를 방문했을 때 내가 만난 한 고급관리는 자신에 차 있었다. 세계적으로 굴지인 두바이의 항만 하역능력을 자랑하던 그는 “인공 건조물 중에서 세계 최장인 부두로 25km나 된다”라고 소개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세계 최장인 인공 건조물은 대한민국의 새만금 댐으로 34km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21세기 동북아 시대 속에서 황해 경제권을 건설하고 여기서 새만금 특별지구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 새만금의 모태 전북은 농상공 복합지역이다. 농업 상업 공업의 모든 산업이 잘 어우러져야 잘 살 수 있는 공동체다. 그래서 각 산업이 연관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식품산업 클러스터가 대표적인 농상공 연관산업이라 할만 하다. 농축산 분야에서 원료를 생산하고 그것을 가공해서 유통시키는 산업구조가 클러스터 개념이다. 기능성 섬유산업도 중요하다. 천연 기능성 첨단섬유를 제조하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그 원료인 닥나무 같은 조림단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익산을 중심으로 닥나무 천연섬유가 생산되고 있지만 그 원료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말에 나는 놀라고 실망했다. 농상공의 연관 산업구조가 전혀 안돼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역공동체가 자율역량을 모아서 새로운 시대사조에 부응하고 실질적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라가 제아무리 융성해도 그것이 실제 삶의 터인 지역에 연결되지 않으면 가족의 행복도 개인의 만족도 성취될 수 없을 것이다.
/김재홍(국회의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