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녕(전 전라북도 교육연구원장)
고전적 국가 개념은 야경국가(夜警國家)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만 보호해주면 그만이다. 이 보호의 대가로 세금을 걷어 국가 예산으로 쓴다. 이때 국민은 형사범만을 제외하고 자유의 극치를 누릴 수 있다.그러나 지금의 국가 개념은 복지국가다. 가진 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어 없는 자들을 위한 사회 안전 망 비용에 충당한다. 이는 가진 자들이 국가로부터 많은 재산을 보호받는 반대급부다. 그래서 가진 자들이 많이 내는 세금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시혜는 아니다.
교육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저울로 달듯이 공평하게 국민을 교육시키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고 목적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국민의 욕구나 여건의 차이를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교육정책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런 어려움 중 하나는 우리 사회가 학력(學歷)주의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일단 개개인의 능력은 접어둔 채 얼마나 공부했느냐, 대학을 나왔느냐가 중요하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학이상의 학력, 전문대 이상의 학력 등 취업조건이 능력 아닌 학력이다. 여기에다 어느 명문대학을 나왔느냐 가 암묵적인 선발의 기준이 되기도 하니 소위 명문대학에 수험생들이 몰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은 대학의 선택을 경쟁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또 소위 명문대학 입학 여부는 창의성이나 발전 가능성과 같은 것이 아니라 피상적이고 표피적인 기능적 학력여부에 좌우됐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필요도 없고 기억할 가치도 없는 진학을 위한 필요조건에 얽매이는 것이 오늘의 사교육 현황이라고 한다면 누가 반론을 제기할 것인가.
여기서 국가의 할 일은 무엇인가.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근대 국가의 개념은 서로 다른 국민들의 의견대립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다. 그리고 이 조정능력은 조직과 예산, 집행 능력이 있는 국가의 몫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대학입시는 대교협으로 넘기고, 초·중등교육은 지방자치단체로 이전해 버린다면 교육에 대해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재정과 규제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현 교육부도 해결하기 어려운 이 교육현실을 빈털터리이자 힘없는 임의 단체인 대교협이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가. 이를 통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명문대학의 독무대가 되어 버린다면, 그래서 대학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격화되고 이런 와중에서 교육에 또 다시 혼란이 온다면 그 책임은 대교협이 져야하는가.
엉클어진 줄 타래를 풀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 앞에서 가지고 있는 큰칼로 내리쳐 일도양단을 내고서 '이제 풀었지 않느냐'고 말했던 대왕 '알렉산더'처럼 교육은 그렇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그렇게 우매한 '알렉산더'의 내리치는 칼처럼 손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필자는 대입을 대학에 맡기자는 기본적 의견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아무 협의도 없이 국가적 중대문제를 대교협에 넘김으로서 손을 털려는 이명박 당선자의 의견에 반대한다. 교육은 땅을 파듯이, 또 같은 물건을 여러 번 되풀이 만들어 내듯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흐르는 물과 같은 것이어서 자연을 거슬리면 수해가 나기 마련이다.
/이강녕(전 전라북도 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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