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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차대전 중 드레스덴의 참극 - 정영진

정영진(재미교포, 뉴욕 뉴윈저 거주)

14일은 발렌타인 데이. 가족끼리, 연인끼리 초콜렛과 꽃, 카드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확인하는 행복한 날이다. 서구적 행사였지만 이제 전 세계인이 즐기는 의미있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구인들에 행복을 선사한 발렌타인 데이에도 그늘이 도사리고 있다. 2차 대전 중 일어났던 드레스덴의 참극이 그것이다. 인류가 잊지말아야 할 ‘인간의 잔인성’과 ‘전쟁의 참혹함’을 대변해 주는 이 사건이야말로 현대인들이 잊어서는 안될 교훈이다.

 

그해 2월13일은 전통적 가톨릭의 성스러운 축제가 끝나는 ‘참회의 화요일’, 그 다음날은 Ash Wednesday, 발렌타인 데이. 이처럼 평화롭고 축복받는 사랑의 날, 독일 드레스덴 주민들은 전쟁 중 가장 끔찍하고 잔혹한 폭탄세례를 받고 지옥의 불바다에서 화염에 쌓여 떼죽음을 당해야 했던 비극의 날이었다.

 

1945년 2월, 베를린까지 진군한 소련군의 침공으로 피난민이 몰린 드레스덴은 100만이 넘는 사람들로 들끓고 있었다.

 

드레스덴은 독일 동남부의 아름다운 도시. 엘베강이 곡선을 그리며 시가지를 구비 흐르고 고색창연한 교회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전통깊은 고전도시이다. 전쟁과는 거의 무관한 평온한 도시의 겨울, 시민들이 막 잠자리에 들 오후 9시51분,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으레 있던 것이겠지 하는 사이 비행기 소리와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10시9분 밤하늘에 반딧불처럼 몰려오는 폭격기, 치솟는 불길과 폭음, 온 도시는 불바다가 돼가고 있었다.

 

한 목격자의 증언에 의하면 한 여인이 아기를 옆에 끼고 울부짖으며 지나가더니 저만치서 그 아이를 불덩이에 던지고 연기 속으로 사라지더란다. 오른쪽을 보니 저 멀리 활활 타오르는 불꽃 앞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너울너울 도깨비처럼 춤을 추더라고...

 

세상에 어느 어미가 자식을 불덩이네 내던질까? 화염 둘레에서 춤추는 그런 귀신이 어디 있으랴?

 

그것은 불타는 건물에서 내뿜는 유독가스를 마시고 정신을 잃은 혼미한 상태에서 바라본 것일 뿐.

 

그로부터 3시간 후, 또 한차례 폭격기 무리가 밤하늘에 나타났다.

 

두차례에 걸친 공습에 참가한 영국 공군기는 805대, 주민 두사람의 머리에 폭탄 한개꼴로 모두 70만개를 쏟아 붇었다.

 

2월14일의 해는 어김없이 떠올랐고 참혹한 건물사이에 불타 죽은 시체가 즐비한데 가족을 찾아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도 제모습이 아니었다.

 

오전 10시30분, 이번엔 영국주둔 미 제8비행단 소속 폭격기 316대가 이 도시 상공에 들어닥쳐 불꽃과 잿더미위에 38분간 폭탄세례를 퍼부었다.

 

이렇게 하여 평화스러운 도시는 시가지 83%가 불타 없어졌고 죽음의 폐허가 됐다. 이날 희생된 사망자의 수는 아무도 정확하게 모른다. 10만 이상이라는 추측뿐...

 

2차대전의 참혹한 결과가 어디 이뿐이랴마는 전쟁이 가져다 준 ‘평화의 파괴’ 사례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사회가 발달되면서 세계대전같은 재앙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국지적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아름답고 평온한 삶이 깨지지 않도록 축복받은 발렌타이 데이에 기원해 본다.

 

정영진씨는 전주출신 재미교포로 전주고를 졸업(35회)하고 미국에서 역사연구와 프리랜서로 활약하고 있다.

 

/정영진(재미교포, 뉴욕 뉴윈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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