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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스포츠계 성폭력 추방하려면 - 라혁일

라혁일(前 전라북도체육회 사무처장)

작년 여자 프로농구의 모 감독이 자신의 팀 소속 여자선수를 성폭행해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한 방송사는 우리 스포츠계의 성폭력 실태를 낱낱이 파헤치는 고발 프로그램까지 방영하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수십년간 체육계에 몸담아왔던 한사람으로써 무척 부끄럽게 느껴졌고 적지 않은 충격까지 받았다.

 

스포츠계 성폭력 성추행이 일개의 문제가 아닌, 종목과 연령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 전북 스포츠도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예외일수 없다는 생각에 걱정부터 앞서는 게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사태가 이 지경 까지 달하게 된 것은, 우선 성폭력이나 성추행을 일으킨 관심과 감시기능을 포기한 우리 스포츠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스포츠의 성폭력은 체계적이지 못한 훈련일정, 열악한 합숙 생활 등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전체지도자의 상당수가 남성이 차지하는 구조 속에서 선수들이 피해를 당해도 출전과 진학, 취업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하소연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적지 않은 수의 팀들이 지도자에게 선수통제에 대한 모든 권한을 부여한 채 승리만을 강요할 뿐 선수인권 보장에 대한 감독, 감시기능을 소홀히 한 결과다.

 

스포츠에서 승부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스포츠 정신에 입각하지 않은 승리는 의미가 없다. 동계올림픽에서 헐리웃 액션으로 한국의 김동성을 끌어내리고 금메달을 딴 미국의 오노 선수를 떠올릴 필요도 없다. 정정당당하게 싸운 결과여야 승리도 값지다.

 

지도자들에게 스포츠 정신을 승리보다 더 절실하게 교육해줄 것을 요구하기에는 우리 스포츠계의 현실을 너무도 모른다고 타박을 받기 십상이다. 승부에만 너무 집착한다고 스포츠 지도자들에게만 손가락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스포츠계에 만연된 성폭력과 성추행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우리 체육인들의 자성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앞에서 강조했듯이 스포츠계의 성폭력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스포츠계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됐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체육회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성폭력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지도자 등에 대해서는 영구 제명조치는 물론, 영구 제명자의 경기장 접근 자체가 금지 되는 등의 자정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은 비록 뒤늦은 감은 있지만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우리 스포츠계에 만연된 성폭력의 실태를 대한체육회가 어느 정도 꿰뚫어 보고 있고 또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운동이 확산돼 스포츠계에 성폭력이 뿌리 뽑히기를 기대해 본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성폭력방지를 위한 각종 교육이 형식적이기보다는 보다 효율적이고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가령 대부분의 성폭력방지 교육은 남성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며 스포츠계에서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한 남성뿐만 아니라 성폭력이나 성추행의 피해 방지를 위한 대안으로 여성들에 대한 교육도 물론 중요하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여성 선수이기에 선수간 공동 대응이나 예방책 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라혁일(前 전라북도체육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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