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활력사업 주목, 식품개발·판매 활발…아직 규모 적어 세계시장 경쟁대책 필요
부안군 변산면 유유마을에서는 요즘 오디와 뽕잎 수확을 끝내고 가을 누에치기에 한창이다.
이 마을은 마을 단위로 전국 최대의 뽕나무 재배면적(100㏊)을 자랑한다. 마을 앞 저수지 주변 2∼3마지기의 논을 제외하곤 전체가 밭이며, 고추 등 일부 다른 밭작물이 있지만 뽕나무 재배가 이마을의 주요 소득원이다.
마을 전체 50여 농가 대부분이 양잠업에 종사하고 있어 양잠업의 성쇠에 따라 마을 전체가 울고 웃었다. 70년대 후반 이후 내리막을 걸었던 양잠업이 2000년대 들어 웰빙 바람을 타고 활로를 찾으면서 유유마을도 다시 활기를 찾았다.
이 마을에서 총 생산되는 누에는 봄철 700상자, 가을 500상자 정도. 유종원 이장은 "누에가 고소득은 아니지만 오디까지 감안하면 다른 밭작물에 비해 소득이 괜찮은 편이다"고 했다. 특히 기능성 식품으로서 인기를 누리면서 판로에 어려움이 없어진 점이 마을 사람들의 시름을 덜 수 있게 됐다.
▲ 3년새 매출액 4배 늘어
실크산업으로 대변됐던 양잠이 기능성 식품의 '먹는 양잠'으로 탈바꿈하면서 새롭게 뜨고 있다. 특히 부안군내에서 '뽕'이 화두가 될 정도로 뽕 관련 식품개발과 판매가 활발하다. 유유마을의 뽕나무 재배를 바탕으로 부안군이 지난 2005년부터 신활력사업으로 뽕 관련 기능성 식품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여기에 올인 하면서다.
"신활력사업으로 어떤 분야를 선택할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전국적 지명도가 높은 곰소젓갈을 선택했다면 효과가 더 클 수 있었을 테지만, 신활력사업의 취지를 살린다는 측면에서 '부안 오디, 실크프로젝트'를 내게 됐습니다."
신활력사업으로 국가 예산을 확보하고, 이듬해 2006년 누에타운특구 지정을 받아 부안에서 양잠이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세우게 됐다는 게 손민우 부안군 누에특화담당의 설명이다.
실제 사업시작 3년만에 부안군에서 생산하는 뽕주(오디주)가 국내 과실주 판매 상위 반열에 어엿이 올랐고, 뽕과 누에 관련 여러 기능성 식품들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생겼다. 군에 따르면 신활력사업 시작 당시 2개이던 전문가공기업이 2007년말 현재 11개로 늘었고, 30명이던 고용인력이 165명으로 증가했다. 뽕나무 재배농가는 45농가에서 420농가로, 재배면적은 60㏊에서 250㏊로 늘었다. 양잠 관련 총 매출액은 6억원에서 2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군은 신활력사업이 끝나는 2010년까지 뽕나무 재배면적과 소득창출 등 관련 분야 전반에 걸쳐 2배 이상 증대시킨다는 목표다.
▲ 뽕 기능성음식 급부상
뽕나무 열매인 오디와 누에고추를 활용한 양잠식품이 근래 급부상한 것은 건강기능성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오디와 뽕잎에 혈당강하성분을 비롯, 노화억제물제, 고혈압 억제물질이 많이 포함돼 당뇨병 예방 및 치료, 고혈압억제, 변비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고 농업진흥청은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천연강장제인 누에그라, 누에동충화초, 누에분말 및 누에환, 뽕잎차, 뽕잎국수, 뽕잎 고등어 등이 상품화 됐고, 의약품, 화장품 등으로까지 그 기능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양잠식품산업은 아직은 초기단계. 지난해 양잠식품 관련 부안군내 전체 매출액 250억중 술이 절반 가까운 120억원이다. 뽕잎 고등어(25억원), 누에가루(17억원), 오디 아이스크림(15억원), 뽕잎찐빵(5억원), 뽕잎차(5억원) 등이 매출액 면에서 그 뒤를 잇고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이 뽕잎 고등어의 약진이다. 뽕나무 뿌리와 가지 등에 절여 비린내를 없애주고 뽕의 효능을 가미시킨 뽕잎 절임 고등어는 부안의 수산물과 결합해 술에 이어 대표식품으로 떠오른 것이다. 현재 갯마을수산(주)에 이어 부안수협에서도 뽕잎 고등어 생산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잠식품의 발전 가능성은 외식산업에서 더욱 높게 나타나고 있다. 부안군 음식점 중 양잠 관련 기능성 음식을 만들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보편화 추세다. 부안군이 오디뽕 기능성 음식점으로 지정한 곳만도 27곳에 이른다. 뽕잎삼겹살 오디뽕갈비 오디뽕한정식 뽕잎붕어찜 오디초밥 오디뽕백숙 오디뽕장어소스 등 그야말로 모든 음식이 오디와 뽕으로 입혀졌다. 좀 더 치밀하게 효능을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음식과 식품이 개발될 경우 양잠식품이 웰빙식품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 국내 넘어 세계시장 노크
부안군의 양잠식품 육성은 지역연고 산업을 키우는 다른 자치단체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 부안군에서 전통적으로 양잠업이 눈에 띄게 발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마을의 대규모 뽕나무 경작과 오디주를 생산하는 주조업체 정도가 기반이 됐다. 양잠업의 경우 전국적으로 경북에서 전국의 30~4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활력사업과 함께 경북과 간격을 많이 좁혔다. 경북지역 뽕재배면적(435㏊)의 절반 이상이 됐고, 전북지역 뽕재배의 대부분이 부안지역이서 이루어져 집적도가 높다.
문제는 양잠식품이 국내를 넘어 세계 식품시장으로 뻗어날 수 있느냐다. 실크 제품의 원료가 되는 생사를 기준으로, 현재 중국이 전세계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인도 일본 베트남 브라질 태국 등도 주요 생산국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누에와 뽕을 이용한 다양한 기능식품을 개발, 우리보다 앞서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국내 양잠은 아직 경쟁력을 검증받지 못했으며,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다만 최근 부안군 한 업체가 중국에 600억원 상당의 뽕주 수출계약을 해 식품수출의 가능성을 열었다.
손민우 팀장은 "유유마을에 양잠생산물 가공시설과 판매시설, 전시관, 곤충과학관, 체험학습장, 누에관련 연구소 등을 갖춘 누에타운이 조성되면 양잠식품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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