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축구 영웅 박두익씨가 북한이 44년 만에 다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된 데 대한 감회와 현 대표팀에 대한 평가, 본선에서의 성공을 위한 조언 등을 전했다.
2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북한 축구대표팀 공격수 출신으로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주역인 박두익씨는 북한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한국에 이어 B조 2위를 차지, 44년 만에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것은 '두뇌전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1969년부터 1989년 사이에 북한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박두익씨는 "이번 예선경기에서는 대표팀을 맡은 김정훈 감독이 과거의 교훈에서 배우고 올바른 작전을 세웠다"면서 "축구란 것은 방어할 때에는 전체가 들어와 방어하고 공격할 때에는 전체로 공격한다. 원리는 그런데 상대에 따라 전술이 바뀐다. 방어위주의 경기도 있고 공격위주의 경기도 있다. 예선경기에서는 감독이 찾은 방안이 정확했다"고 밝혔다.
박두익씨는 지난달 6일 평양에서 치른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이란과 홈 경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이란이 볼 관리 능력 등에서는 우위에 있지만 기존의 공격방법을 구사하면 북한과 경기에서는 결정적인 대목에서 골을 넣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전반전 북한 선수들이 긴장도 한데다 상대가 강팀이라는 생각이 앞서 경기가 수비 위주로 흘러갔다.
이것을 간파한 김정훈 감독이 전반 마지막 무렵부터 선수들을 총공격으로 내밀었고 미드필더들도 공격에 가세해 후반은 북한이 결국 이란을 압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두익씨는 "공격에서는 이런 문제가 있다. 구상을 먼저 놓고 선수를 배치하는가, 아니면 선수를 보고 대응을 작성하는가. 현재의 팀은 5-3-2의 체계이다. 이것은 돌진력과 파괴력이 있는 두 선수, 즉 정대세와 홍영조가 있어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두 사람만 최전선에 놔둬도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다. 한편 그것은 팀의 방어력 강화에도 유리하다. 사람 위주로 체계를 잘 세웠다"면서 선수들의 특기와 기질이 맞아떨어져 '상대에게 위협을 주는 팀'으로 변모했다고 현 북한대표팀을 높이 평가했다.
박두익씨는 특히 재일동포 공격수 정대세(가와사키)와 미드필더 안영학(수원 삼성)의 활약에 큰 의의를 부여했다.
그는 "정대세와 같은 선수는 보기 드물다. 정말 폭발적인 인물이다. 그의 존재감이 상대를 가차없이 위협하는 조선팀의 인상을 자아내고 있다. 안영학은 방어와 공격의 요점이다. 중간 방어수의 위치에 그가 없으면 공격조직에서도 불안하다. 그는 상대의 공격에 대한 차단도 잘했다. 두 명의 재일동포 선수가 중요한 역할을 놀아서 조선팀이 예선을 돌파했다. 이것은 꾸밈없는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두익씨는 44년 만의 월드컵 진출에 대한 의미를 묻자 "조선 축구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폭탄선언"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의 정신력은 60년대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상대가 세면 센 대로 해보자. 우리도 결코 약하지 않다. 그러한 배짱이 가득 차 있다"고 기대를 걸면서 "선수들의 투지가 결실을 맺을 수 있는가 어떤가는 감독의 머리에 달렸다. 우리가 월드컵경기에 나갔을 때에는 상대팀의 정보를 제대로 수집하지 않은 채 자기 경기방식 하나만 가지고 몰아붙였다. 우선 상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 전술에 상대를 끌어들이는 묘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아공월드컵 본선 경기는 '기술전 이전에 육탄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훈련은 "대상과 몸싸움을 할 힘을 키우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두익씨는 "높은 공에 대한 처리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유럽, 아프리카, 남미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보다 몸이 크다. 몸싸움에서 이겨야 자기 기술도 발휘하고 팀의 전술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팀은 아직 완성된 팀이 아니다. 방어 강화, 중간지대 보강, 속도 공격의 완성을 비롯한 과제들도 풀어나가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하여 세계 강팀들이 대수롭게 여기지 않아도 되는 상대가 아니다. 깔보았다가는 크게 코 다치게 될 것이다"라고 대표팀 후배들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끝으로 박두익씨는 '44년 전 나이로 돌아가 현재 대표팀에 포함된다면 얼마나 활약할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물론 그때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다. 지금은 머리가 달라지고 눈도 많이 떴다. 내가 젊은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다면 우리 팀을 8강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려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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