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9 01:54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사회 chevron_right 환경
일반기사

[그린스타트, 전북스타트] 종일 에어컨 켜놓는 관공서

공공시설 '과다 냉방' 온난화 부추긴다

한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과다한 에어컨 사용으로 너무 낮아진 실내온도 때문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여학생들이 작은 담요를 덮고 공부하고 있다. 안봉주(bjahn@jjan.kr)

장맛비 속에 더위를 식힐 틈도 없이 사람들은 후텁지근한 날씨에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손부채를 부쳐대거나 친구들과 저만치 떨어져 걸으며 끈적이는 날씨를 피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런 날씨 속에 거리의 많은 사람들은 궁둥이를 얹을 수 있는 '북극'처럼 시원한 곳을 찾아 헤맨다. 결국 이들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 추워도 절대 끄지 않는 '냉동 창고'

 

장마철이면 늘 그렇듯 연일 쏟아지던 장맛비가 잠시 주춤하는 순간 바깥 날씨는 종일 후텁지근하다.

 

지난 17일 도내에도 잠시 비가 그치면서 지난 주말 내내 미지근한 바람과 높은 습도, 우중충한 하늘까지 불쾌지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놓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날 내린 비의 양은 적었지만 도내 낮 최고 기온은 30℃ 안팎까지 오르며 숨 쉬기도 팍팍한 날씨였다.

 

전주시 완산구의 한 관공서에 들어서자 민원인들로 북적였다. 그런데도 실내는 전혀 덥거나 끈적거리지 않았다. 한쪽에 설치된 에어컨 온도계의 희망온도는 19℃에 맞춰진 채 가동 중이었다.

 

같은 날 찾은 도내 한 대학교 도서관. 끈적끈적한 바깥 날씨와 달리 열람실 내부는 시원하다 못해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담요를 뒤집어 쓰거나 무릎을 덮은 채 공부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학생들이 직접 온도 조절을 할 수 있는 이 에어컨은 실내 온도를 최저 온도인 18℃에 맞춰 놓은 상태였다.

 

▲ 넌 춥니? 난 아직 더워!

 

거리를 걷다가 혹은 교내에서 마땅히 더위를 피할 곳이 없을 때 한 번쯤 근처의 관공서나 도서관을 찾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약속 장소를 금융기관 내로 정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이렇게 '냉방 절대 사수'로 대표되는 금융기관이나 관공서들. 닭살이 돋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있어야 한데도 에어컨 종일 가동은 절대 불변의 법칙이다.

 

사실 기관이나 관공서의 무분별한 냉방 시설 가동으로 인한 '과다 냉방'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됐다.

 

지난해 전국 환경·소비자·여성단체들로 구성된 에너지 시민연대가 지난해 전국 26개 지역, 130여 명의 시민들과 과잉 냉방 장소를 직접 조사한 결과 1852곳 중 90%에 가까운 1049곳이 실내 적정 온도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백화점·대형마트·도서관·은행 등이 가장 많았고, 평균 실내 온도는 24℃ 내외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전히 일부는 오전 9~10시부터 켜놓은 에어컨은 오후 5~6시까지 온종일 가동하고 있다. 한 공공기관 근무자는 "에어컨을 끄면 민원인들이 들어오면서 '더운데 왜 에어컨을 안 켰느냐'며 항의하는 경우가 많아 켜놓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대학생들도 강의실이나 도서관에서 필요 이상으로 냉방기를 가동하기는 마찬가지.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 차원에서 외부 온도가 27℃를 넘을 때 켜도록 하고 있지만 직접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규제가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방학 중에도 개방된 일부 강의실에서 에어컨을 켜고 생활하는 학생들은 강의실을 '얼음 동굴'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 지구보다 내가 더 소중하니까!

 

지구온난화로 더위 지속 기간도 길어지면서 에어컨 사용 기간도 점차 늘고 있다.

 

장시간 찬바람에 노출될 경우 두통·복통 을 동반한 냉방병을 유발하는 등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를 당부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 에어컨의 냉각수가 레지오넬라균에 오염된 백화점, 병원 등도 발견됐다는 보건환경연구원의 조사 결과도 있어 위생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더불어 에너지 낭비는 지구에 미치는 악영향도 적지 않다.

 

10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무려 0.7℃나 상승했으며 프레온 가스가 내뿜는 오존층 파괴물질(CFC)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에어컨의 냉매인 프레온 가스는 밀폐돼 있을 때는 환경파괴를 일으키지 않지만 폐기하면서 프레온 가스가 배출돼 환경 파괴를 일으키게 된다.

 

에어컨 1대는 선풍기 30대의 전력을 소모하며 실내 온도를 낮추는 대신 건물 밖으로 열풍을 내뿜게 된다. 이런 원리로 인해 에어컨을 돌릴 수록 외부로 뿜어내는 열이 많아지면서 도시는 점점 더워진다.

 

이런 이유로 800만 가구가 에어컨 사용을 하루 1시간 씩 줄이면 연간 1364억 원이 절약되는 효과가 있으며, 에어컨 설정 온도를 1℃만 높여도 연간 에어컨 소비 전력량의 7%를 절감해 270억 4200여만 원을 아낄 수 있다.

 

보건환경 관련 전문가들은 "무작정 에어컨을 켜놓기 보다는 더위를 즐길 수 있는 지혜와 여유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백세리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사회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