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영 대장의 죽음을 추모하며
2009년 7월 11일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는 최초의 여성 산악인을 꿈꾸던 고미영씨가 낭가파르바트에서 하산 도중 조난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전북 부안 출신의 젊은 여성 산악인의 이력에 대하여도 알게 되었다.
타고난 폐활량으로 고소 적응이 빠른 고씨는 고산 등반으로 전향하여 2년 9개월 만에 8,000m급 봉우리 11개를 연속으로 오르는 데 성공하며 히말라야 14좌 완등 여정의 꿈을 차가운 빙벽에 한발 한발 심어 가며 하산하던 도중 낭떠러지에 떨어져 생을 마감하며 160㎝, 52㎏의 당찬 여성 산악인이 몰고 다녔던 열풍을 스스로 잠재우며 우리의 곁을 떠나갔다.
젊은 여성 산악인의 죽음이 이토록 안타깝고 애석하고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왜 일까? 그것은 아마도 조달청 자재구매과장으로 근무하다 2009년 7월 1일 전북지방조달청장 부임으로 인연을 맺으며 싹트기 시작한 전라북도에 대한 동경심과 애정이 자리도 잡기 전에 들려온 안타까운 소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공무원 출신 산악인이라는 사실이 친밀한 공감대를 만들어 내며 가까운 지인의 죽음으로 내게 다가왔던 것 같다.
젊은 시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벗어나 훨훨 날고 싶다는 꿈을 꾸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꿈으로 접어버린 그 길을 억척스레 스스로 개척하며 만들어 간 고미영 대장의 고난과 극기의 등반 과정이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기쁨과 슬픔,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주었다.
어느덧 30년의 공직생활을 하며 중년을 훌쩍 넘긴 지금, 나는 무엇으로 감동과 희망을 전할 수 있을까?' 감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고미영 대장이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는 최초의 여성 산악인이라는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듯이 나는 전북지방조달청장으로서의 역할에 열정을 쏟아 지역경제와 중소기업에 희망을 주어야겠다는 결심을 또 다시 해보게 되었다. 가장 잘 아는 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나에게 맡겨진 일. 이 모두가 하나로 일치하니 하늘이 주신 기회이고 나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침침하던 두 눈에 힘과 광채가 실리는 것 같다.
고미영 대장님, 당신은 살아서 이룰 일이 너무도 많은 젊음이기에 더욱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 당신은 살아있는 우리 모두에게 남은 삶을 반추해 볼 기회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북 출신의 왠지 낯설지 않은 밝은 미소를 가진 여성 산악인의 '칼날능선'에서의 안타까운 사고를 진심으로 애도하며 편안히 쉬시기를 기원합니다.
/이성남(전북지방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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