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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왜 하냐고요?…재밌잖아요"

소년체전 준우승 삼례여중 축구부 '소녀들의 수다'

(위) 올해 소년체전에서 혼자 4골을 몰아 넣은 스트라이커 최빛나(3학년)가 '꽃보다 남자' 구준표(이민호 역) 사진으로 도배된 자신의 옷장 옆에 서서 수줍고 웃고 있다. (아래) 이정인(3학년)이 "자신과 닮았다(?)"며 자기 옷장에 붙여놓은 손담비 사진. (desk@jjan.kr)

대회 전 '약체'라는 평가를 뒤엎고, 올해 소년체전 여중부 축구 준우승을 차지한 삼례여중(교장 정태정).

 

오는 16일 열리는 '제17회 여왕기전국종별여자축구대회'를 대비해, 대회가 열리는 경남 함안에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이 학교 축구부 숙소('승리의 집')를 12일 기습(?) 방문했다.

 

이번 소년체전에서 혼자 네 골을 몰아넣은 '스트라이커' 최빛나(3학년)의 옷장 안에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 구준표(이민호 역) 사진이 도배돼 있었다.

 

고창초 시절 축구공을 망에 넣고 발로 '툭툭' 차며 등하교를 했던 전민찬(3학년)의 옷장 밖에는 하트와 함께 '사람인지 로봇인지' 모를 괴이한 물체가 그려진 그림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주장 윤혜리(3학년)가 그린, 전민찬의 '초상화'였다.

 

김수철 감독(50)은 "나름대로 아이들 사생활을 지켜주려고 하는데, (아이들은) 100% 만족 못할 것”이라며 "방학 때는 더 자율성을 주려 한다”며 몇몇의 머리를 가리켰다. 3학년 아이들의 머리 색깔이 갈색이었다.

 

"근육에 테이핑했던 테이프를 돌돌 말아서 공을 만들고, 배트는 굴러다니는 막대기를 써요.”

 

아이들은 저녁 휴식 시간에 강당에서 야구를 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했다.

 

'축구를 왜 하게 됐냐'는 물음에 삼례중앙초 시절 '남자 축구부'에서 뛰었던 강나영(1학년)도, 별명이 '여진족'인 최여진(1학년)도, 공을 막으려고 다이빙할 때 가장 신난다는 골키퍼 이재원(1학년)도 하나같이 "재미있어서요”라고 입을 모았다.

 

윤혜리가 "2002년 월드컵을 보고 나서 축구를 하게 됐다”고 말하자 곳곳에서 '반박 제보'가 들어왔다. 김 감독이 여수종고초 4학년에 다니던 최빛나를 삼례초로 데려왔을 때 윤혜리는 같은 반 친구였다. 둘은 금세 친해졌고, 빛나가 삼례여중에 훈련하러 갈 때마다 단짝 혜리도 '핫도그를 물고' 동행했다. 결국 혜리도 나란히 축구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 6월 주니어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된 골키퍼 최윤희(3학년)는 최근 상비군 훈련을 다녀온 뒤 "기본자세나 다이빙, 각도 잡는 법 등을 다시 배웠다”고 말했다. 그동안엔 학교에 골키퍼 전담 코치가 없어, 주로 TV 중계나 전북 현대 경기를 관람하며 독학하다시피 했던 것. 팀의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한 그는 "공이 (경기장 밖을) 나가도 끝까지 쫓아가고, 웬만해선 골을 안 먹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키퍼 반데샤르를 역할모델로 꼽았다.

 

"늘 골을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면서도 "시합을 뛸 때 여러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공을 찬다”는 최빛나는 자신의 '우상' 박지성처럼 기회가 되면 해외로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지역에 대학 팀이 있었으면,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한별고 3학년 선수 8명이 애먼 타 시·도로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김 감독은 "내가 나서서라도 대학 팀을 만들고 싶은 심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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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goodpe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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