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곤(전 도청 서기관·만성지구개발대책위·감사)
전주가 이제 서북부를 주목하고 있다.
송천동의 사단이전 부지, 팔복동의 1,2공단의 정비, 탄소밸리 조성, 무엇보다 새만금의 배후도시로서 완주와의 통합으로 큰 틀에서 거창한 구상을 하고 있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 중에서 행정구역상 전주이지만 항상 소외된 지역이 있다. 황방산 정상에서 서쪽 발아래 풍경은 손에 잡힐 듯 그림같은 농촌마을, 멀리 삼례, 익산, 김제, 서해바다까지 보이는 전망이 좋은 산이다. 1시간 정도 산보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황방산은 전주를 지켜주는 서쪽 수문장이다. 그 발아래 만성동이 있다.
전주시는 1000년 된 전통의 도시이다. 도시의 발전이 가로망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팔복동, 덕진, 금암을 거쳐 시내중심과 평화동, 완산동으로 뻗어나가는 형태로 효자, 삼천으로 번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만성동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사각지대로 남았고 전주시의 발전은 1/4이 부족한 듯한 기형적인 발전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면 만성동에 대해 알아보자.
행정구역상 전주시 덕진구 동산동 관할이다. 이것은 완주군 조촌면 시절부터 그대로 시로 편입되면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생활은 몇십년 전 그대로이다.
지역민의 유일한 구심점인 만성초등학교도 학생이 최고 1000명 가까이 되던 시절이 있는데 지금은 40여명에 불과하다. 지역의 낙후를 의미하는 단적인 예이다.
지금도 관할농협, 동사무소를 가려면 버스타고 전주시내를 한바퀴 돌아 가야하고 투표를 하려면 시내버스로 2번 갈아타고 가야한다. 농로도 제대로 없다. 20여년 전부터 개발붐을 타고 투기꾼들의 먹거리와 행정기관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지만 실제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제는 3등분으로 쪼개지고 개발이란 명분아래 재개발 대상이 되었다. 혁신도시로 편입되고 법조타운 조성을 포함한 만성지구 개발계획이 진행되고 있으며 황방산 아래 도로 계획선까지는 아직 미개발지구로 남겼다.
예전에도 개발계획은 있었다. 90년대 초에 전주시 외곽 순환도로로서 팔복동에서 만성동을 지나 삼천동 평화동으로 이어지는 35m 계획도로는 감감무소식이었고 그 이후에 거금을 들여 용역까지 한 영상산업단지 조성사업도 무슨 일인지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 사이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말 그대로 똘방진 사람들은 모두 기어나오고 나오지 못할 사람만 고향선산을 지키는 허리 굽은 늙은 소나무가 되어 있다.
이제 2008년 12월부터 전주시에서 주택공사를 시행사로 지정, 개발하고자 진행하고 있다.
물론 주민들은 예나 지금이나 의견 개진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주인이 아닌 방관자가 되어가고 돈이 없는 것이 죄인 양 이제는 어디로 쫓겨나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그런대로라도 살아왔던 터전을 잃게 되어 전주시민이 아닌 더 깊은 산골이나 타 지역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원주민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개발이고 시민을 위한 것인지에 대하여 정답은 없다. 집행하고자 하는 시청의 논리와 일부 주장하는 개발론자의 말만 있을 뿐 말없는 다수의 침묵은 묻혀 버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물론 투자 목적으로 이 지역에 투자한 사람들은 내심 바라는 바일 것이다.
물고기를 살게 하려고 저수지 만들었더니 개구리들만 개골거린다는 비아냥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왕 만들려면 명품을 만들어야 하고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하기만 한 상당수 무일푼인 원주민들에 대해 전주시에서는 주공의 보상 처분만 바라보고 감독기관이라는 우월감에 나 몰라라 한다면 현 상태가 백번 낫다고 생각한다.
/김수곤(전 도청 서기관·만성지구개발대책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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