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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飛翔의 길'을 꿈꾸며 - 이병석

이병석(국회 국토해양위원장·경북 포항)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하고, 강은 산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넜다. 길을 냈다. 그 산과 그 강을 끼고 만든 문화를 사람들은 길 위에 풀어 놓았다. 길 중의 길이 문명을 만들었다.

 

기원전 100여 년 무렵 박망후(博望侯) 장건이 길을 걸었다. 죽음의 사막 타클라마칸을 넘어 가는 서역으로의 첫 여행에 무려 13년이 걸렸다.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비단과 종이, 천리마가 다니던 그 길에서 종교와 사상, 예술이 꽃피었다. 그 길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비단길, 실크로드(Silk Road)다.

 

1800년대 신생 미국은 대서양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와 대서양의 워싱턴까지는 배로 6개월이나 걸릴 만큼 너무 멀었다. 링컨과 그의 지지자들은 단단한 화강암과 가파른 협곡, 사막을 넘어 철길을 놓았다. 1869년 마침내 대륙횡단 철도를 완성했을 때,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의 양 날개를 폈다. 또 하나의 위대한 길, 아이언 로드(Iron Road)였다.

 

우리에게도 위대한 길이 있다. 야당은 '국민의 부담을 무시한 전시행정'이라고 비난하고,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조차 '기존 도로를 포장하라'고 권고하는데도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를 벌였다. 1970년 7월 7일 마침내 경부고속도로를 준공했을 때, 우리나라의 양대 경제권역인 한강유역과 낙동강 유역은 1일 생활권이 되었다. 이 때의 도로건설 기술은 해외 진출의 발판이 되었으며,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 될 수 있었다. 이 길이 기적의 길(Miracle Road)다.

 

나는 오늘 또 하나의 위대한 길을 제안한다. 그 길은 '동서고속도로'다. 과거 장보고와 왕건이 누볐던 환(環)서해는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경제권의 하나다. 우리의 서해안은 중국의 동북지구, 발해만 경제권, 장강삼각주 경제권을 마주보고 있다. 서해안에서 새만금은 환서해경제권의 21세기 형 친환경 형 통합항만으로 지금 개발되고 있다.

 

울릉도와 독도를 중심에 둔 환동해는 과거 발해와 신라, 일본이 활발하게 교류했던 역사적 공간이다. 환서해에 비해 아직 경제력이 열세에 있고, 정치적 긴장도 높다. 하지만 자원과 에너지의 시대, 중국의 동북지구, 시베리아·극동지구, 일본의 쥬고쿠, 훗카이도 경제권을 마주보고 있는 환동해경제권의 성장 잠재력은 무한하다. 동해안에서 포항은 환동해경제권의 유일한 국제컨테이너 터미널인 영일 신항만을 개항하면서 중심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북위 36도, 새만금과 포항을 잇는 길만큼, 지금 시대에 더 위대한 길이 어디 있겠는가?

 

새만금과 포항을 잇는 길은 환서해경제권과 환동해경제권을 연결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비상을 이끌 두 날개를 얻는 길이다. 지금 대한민국엔 너무나 일을 하고 싶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다. 지도자라면, 마땅히 링컨이 했던 것처럼, 장건이 했던 것처럼 그들의 열정을 미래 지향적인 일에 쏟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가 만일 지식정보사회의 친환경기술로 '동과 서'를 연결할 수 있다면, 이 길은 분명 비상(飛翔)의 길, 플라잉 로드(Flying Road)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통합을 꿈꾸는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주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길에서 우리는 새로운 문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동해를 닮아 질박하나 힘찬 영남의 가락과 서해를 닮아 부드럽고 섬세한 호남의 가락이 어우러져 내는 천상의 소리 같은.

 

/이병석(국회 국토해양위원장·경북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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