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규(전주시의원)
전주정신은 무얼까. 전주를 대변할 슬로건이나 컨셉를 말하자는 것도 아닐 것이고, 전주의 정신 영혼까지를 논하자는 것인데, 덜컥 겁도 나고 황당하기도 하지만, 전주의 지식인사회와 참여그룹들은 이미 전주정신을 늘어놓기에 여념이 없는 모양이다. 진정 천년전주의 역사적 의미와 미래를 전주정신으로, 학문적으로 정립해나갈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 벌써 10회째를 맞은 전주학 학술대회에서는 최근 '전주정신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소박한 전주사람들의 기질에서부터 전주정신을 둘러싼 인문학적 풍수적 접근까지 다양한 견해와 해석을 발표하고 토론하며 전주정신과 정체성 찾기가 한바탕 이어졌다. 명확한 정의는 어렵지만 정체성과 정신, 뿌리와 흐름을 찾아보고 전주를 더 새롭고 미래로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의 시간이었다.
이날 전주정신 대토론회에서는 전주정신에 대한 광범위하고 모호한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한 전주라는 지역의 공간적 범주와 시대적 특징, 분야별 연구 그리고 '전주'는 현재의 행정적 구역이 아닌 역사적 배경을 전제로 앞으로 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라도의 외적 침입과 전라도의 한으로서 '저항과 풍류 정신'에서 발생된 전주만의 멋과 풍류는 문화 창조의 발상지로 예향으로 승화되었다는 것이다.
선비들이 모여 시를 읽고 글을 쓰며 시서화창을 즐기면서 풍류 속에 선비정신과 절의정신을 함양한 선비문화가 발달된 도시였다. 전주의 특질을 논할 때 비옥한 땅의 풍요와 넉넉함의 심성이 전주정신에 형성되었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역사적으로는 조선왕조의 발상지로서 '충'과 외침과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의병활동과 전주성 사수의 절의 정신 등 전주정신의 한 축을 들을 수 있었다.
천년의 역사만큼 시대를 이끌어온 양과 음의 정신적 갈래는 많았다. 저항과 풍류로, 화해와 상생으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비빔처럼 정반합의 전주정신사는 더 많은 연구와 다양한 접근을 과제로 남겼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절제된 표현이나 주장과는 달리 객석 청중들의 질문은 현실적 접근이 주를 이루었다.
먼저 기질론과 관련한 지역 낙후성의 원인을 지적하였다. 타 도시와 지역에 비해 소극적이고 부정적이며 폐쇄적인 자화상은 없는지? 그 원인의 규명과 더불어 향후에 힘을 결집할 전주의 정신은 무엇인가 등 토론회의 열기는 전주의 보다 나은 내일을 갈망하는 시민들의 체감온도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전주는 과거 천년의 역사적 자존심처럼 더 큰 미래를 여는 전통과 현대의 상생과 대안으로 '한바탕 전주 세계를 비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글로벌 시대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 천년의 전주는 통일신라이후 호남지역 거점도시로서 후백제의 왕도와 조선왕조의 발상지로서, 근대사회로의 변혁기에는 동학농민운동의 중심지로서 변화와 대안의 땅이었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가장 부유한 경제력과 문화를 생산한 도시로서 전라감영의 명성이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도시, 출판문화도시로서 전통문화와 예술, 학문이 발달한 교육도시로 그 명성을 날렸다. 미륵산에서 모악산까지 끼고도는 완산평야는 어머니처럼 넉넉함과 편안함으로 그리고 포용의 정신을 신앙처럼 만들어 왔는지도 모른다. 미륵을 꿈꾸는 백제의 정신은 전주에 이르러 '완전을 향하는 고을'을 지향하는 이상 정토였을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관통하고 지배하는 시대정신이 있어왔다. 흔히 요즘말로 '코드'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 시대정신은 그 사회의 경제, 정치, 사회적 배경에 따라 변화하고 대응하며 전환되어 가치를 만들어 왔다. 지역과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로 소통되는 시대에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의제로 발전되고 있다. 문을 열고 벽을 넘어 상생과 융합으로 새로움을 찾고 있다. 즉 지역과 세계, 과거와 미래가 새로움을 융합하는 전주정신 찾기는 전주 발전의 동력과 에너지가 될 것이다.
많은 분들이 흔히 말하듯이 전주의 이름에 전주정신이 있다고 한다. '완산주'의 한자어는 산세가 완비된 땅, 온전한 고을이다. 완(完)과 전(全)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살기 좋고 풍요로우며 마음이 넉넉하고 자연재해가 없는 안전하고 편안한 도시인 것이다. 대안과 새로움이 상생하는 전주정신과 전주학이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김남규(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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