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피해 지속…소비생활 가이드 발행해야
임실에 사는 베트남 출신 타모씨(25)는 한국 남성과 결혼해 이주한 5년차 주부다. 올해 초 집으로 방문한 건강식품 판매원으로부터 100여만원이 넘는 제품을 강제로 구입했다. 방문 사원은 설명 중간에 건강식품을 개봉해 3살 된 아이에게 몇알을 먹이며 구매를 종용했다. 타씨는 "너무 비싸 살 수 없다고 했는데도 제품을 뜯어서 아이가 먹은 만큼 물건을 사야한다고 해서 122만원 어치를 구매한다는 계약서를 썼다"고 말했다. 이후 타씨는 지인으로부터 소비자 관련 시민사회단체를 알게 돼 억울함을 호소, 계약을 철회할 수 있었다.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결혼이민자의 원활한 소비생활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결혼이민자 등의 소비자 권익보장을 위한 소비생활 가이드북 발간, 민간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을 주문했다.
24일 전주시 서신동 소비자정보센터에서 '우리도 당당한 한국 소비자, 소비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결혼이민자에게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정보를 적극 제공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소비자원 황정선 연구위원은 '다문화가정 소비자문제 개선 방안'주제발표에서 결혼이민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소비생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며, 전반적인 소비생활의 문제점과 배경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황 연구위원은 "임실군의 국제결혼비율은 지난해 37.5%에 달하지만 결혼이민자는 대부분 시어머니·남편으로부터 경제생활에서 소외되고 있다. 사용설명서·약관 등의 읽기에 어려움을 호소한다"면서 "농촌지역에서는 농약·농기계 등의 취급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높고 언어소통의 문제로 물건을 구매할 때 사업자와의 교섭력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혼이민자의 소비생활을 지원하는 민관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가·주거 기간 등으로 세분화해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실제 생활에 필요한 금융정보, 소비자 주권행사 방법 등을 알리는 다국어 소비생활 가이드북을 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출신의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가연 통역요원은 "대부분 결혼이민자는 소비생활에 대한 조언을 받지 못해 가격이 비싼 편의점을 이용하거나 고가의 아기용품을 얻어쓰는 대신 모두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결혼이민자에게 전통시장 이용법 등을 교육하고 일부 사업자의 차별 대우가 줄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은 대한주부클럽 전주·전북지회와 전북도 소비생활센터가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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