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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순장 가야여인 이렇게 복원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가야여인 복원인체 공개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경남 창녕군 창녕읍 송현동 고분군 중 15호분에서 귀고리를 찬 1천500년 전 가야계 여성 인골을 발굴했다고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것은 2007년 12월20일이다.

 

이 15호분은 도굴로 인해 유물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무덤 주인공과 함께 안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순장자 4구의 인골이 발견됐다.

 

연구소는 바로 이 순장자 인골을 잘만 연구하면 그 인체까지 복원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만큼 일부 인골은 보존상태가 좋았고, 더구나 국내외에서 인골을 활용한 인체 복원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외국에서는 2005년 이집트의 파라오인 투탕카멘 미라를 토대로 그 얼굴을 복원했으며, 네덜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에서는 뼈대는 사라진 대신, 피부는 잘 남은 미라인 '보그 보디'(bog body 습지미라)를 복원한 사례도 몇 번 있었다.

 

'가야사람 복원연구'는 이렇게 해서 문화재청 책임운영기관 연구과제로 선정되어 2008년 7월에 닻을 올렸다.

 

올해 10월까지 계속된 이번 프로젝트는 가야문화재연구소 주관 아래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이 협동연구 형태로 참여하고, 가톨릭의과대학 가톨릭응용해부연구소와 충청문화재연구원 한국고고과학연구소가 공동연구자로 합류했다.

 

이 중 출토 인골에 대한 유전학ㆍ생화학적 연구는 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에서 수행했으며, 인체복원 연구는 한승호 교수가 이끄는 가톨릭의대 팀이 맡았다.

 

가톨릭의대팀이 참여하게 된 것은 2001년에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얼굴을 복원한 경험이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순장자 4명 중 유일하게 귀고리를 찬 채 발견된 인골은 여성이며, 더구나 성장판이 채 닫히지 않은 상태 등을 고려할 때 16세 혹은 16.5세에 죽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더불어 이 여성은 출산 경험이 없으며, 종아리와 정강이뼈, 그리고 치아 분석을 통해 "반복적인 사용과 앞니로 무언가를 자르는 작업을 했다"는 흔적을 발견했다. 전신적 질환과 빈혈이 있었으며, 충치도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이 여성은 무릎을 꿇는 일을 많이 한 시녀이거나 노비였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다만, 금귀고리를 한 점으로 보아 노비보다는 시녀에 무게가 실렸다.

 

복제한 뼈로 인체를 조립해 보니 신장은 151.5㎝로 나왔으며, 인체를 복원한 뒤 신장은 153.3㎝였다.

 

복원 과정은 우선 셀아트라는 기관에서 촬영한 컴퓨터 단층 촬영 자료를 이용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108개의 복제뼈를 제작하고 이를 가톨릭의대팀이 조립했다.

 

이어 B.H 인체조형 조형연구소 김병하 소장이 얼굴을 복원하고 근육과 피부 조직을 표현했으며, 피부를 마감했다. 전신상은 실리콘을 재료로 활용했다.

 

단국대 석주선박물관에서는 머리 형태를 자문했으며, 임정연 한복에서는 가야시대 의복 수선을 담당했다.

 

25일 가야문화재연구소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한 1천500년 전 가야 여성, 즉, 가야 복식을 걸치고, 머리는 가운데 가르마를 탔으며, 오른손은 악수하듯이 앞으로 내밀고, 왼쪽 한 곳에만 금귀고리를 찬 모습은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강순형 가야문화재연구소장은 발굴 당시에 이 여성의 귀걸이가 한쪽만 남게 된 사연에 대해 "소설적 상상력"이라고 전제하면서 "시신을 묻는 사람이 다른 쪽 귀걸이는 슬쩍했을 수도 있다"는 기발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제 이 가야 여성에 어떤 이름을 부여할까 하는 과정이 남았다.

 

강순형 소장은 "무덤 지명을 따서 '송현'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창녕 땅이 옛날 가야시대에는 비화 가야 땅이었으므로, '비화'라는 이름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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