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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역사 이야기] ①일반감기서 신종플루까지

600만년전부터 인간과 동거…이젠 독감돼 공격

<< 역사라는 단어를 던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사·미국사, 더 나아가 세계사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국가 또는 왕조 차원이 아닌 생활 속에 내려앉아, 일반인들의 삶과 함께 숨쉬는 조그만 역사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른바, 미시사·문화사·생활사라는 것들이 이들 범주에 속한다. 역사의 주어가 사람일 수도 있고, 동물·식물일수도 있고, 더 나아가 무생물일 수도 있다. 이 같은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숱한 역사들이 우리들 곁에서 만들어 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양성·다원화의 시대에 걸맞게 미시사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연재물을 마련한다. 첫 번째 연재물의 주어는 '감기 바이러스'이다. >>

 

▲ 감기 바이러스의 역사

 

감기 바이러스는 언제쯤부터 이 세상에 나타났을까? 이건 생명의 창조와 관련되어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인류의 역사와 엇비슷하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믿음이다.

 

그 근거로 제시되는 증거는 감기 바이러스 가운데 가장 흔한 리노바이러스는 인간과 침펜지 등 영장류에만 감염된다는 점이다. 인간이 진화론적으로 독립된 시점을 600만년 전쯤이라는 학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감기 바이러스도 이때부터 인간과 동거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감기는 수백만년 동안 인간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았지만 그 실체가 드러난 시점은 20세기 들어서다. 수백만년 동안 감기 바이러스의 실체조차 모르며 달갑잖은 동거 생활을 이어온 셈이다. 1914년 라이프찌히 보건소에서 일하던 왈터 크루제 박사는 감기에 걸린 사람의 콧물을 모아 이를 비감염자의 콧속에 주입, 감기의 감염 경로를 밝혀냈다. 감기가 미지의 원인균의 전파에 의한 전염병이란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크루제는 간접적인 증명에만 성공했지, 바이러스의 베일을 완전히 벗겨내진 못했다. 600만년 동안 용케도 인간의 눈을 피해 다니는 데 성공한 감기 바이러스가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겨우 50여년 전이다. 윌리엄 모가브가브 박사는 1956년 감기를 일으키는 리노바이러스를 처음으로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감기에 대한 지식은 이날 발견을 시작으로 최근 몇십년만에 쌓인 것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며칠 고생하면 떨어지는 대수롭지 않은 질병이라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뒤바꿀 정도로 대재앙을 일으킨 사례가 많다.

 

20세기 들어 빼놓을 수 없는 질병으로 꼽히는 감기는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이다. 감기 바이러스가 얼굴을 드러낸지 4년만에 발생한 이 독감은 이듬해인 1919년까지 1차세계대전으로 지친 유럽과 미국을 휩쓸며 무려 5000만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았다. 1918년 미국에서만 사망자가 50만명에 이르렀다. 당시 상황이 전쟁 중이어서 통계가 정비 되지 않았지만, 감염자가 10억명에 이른다고 주장하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스페인 독감은 우리나라도 비껴가지 않았다. 당시 '무오년(1918년) 독감''서반아 감기'라고 불린 스페인 독감은 740만명이 감염, 14만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게 의학계의 설명이다. 김구 선생도 본인이 서반아 감기에 걸렸다고 '백범일지'에 기록했을 정도로 전염성이 극히 높았다.

 

▲ 조류독감 그리고 신종플루

 

첨단 과학을 논하는 인류이지만 감기는 이를 비웃듯이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03년 사스(SARS), 2005년 조류독감으로 호들갑을 떤 이후 올해 등장한 신종플루. 일부 전문가는 이들 감기는 예고편에 불과할 뿐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제기하고 있다. 전염병의 발생 요건 가운데 첫번째가 인구 밀집이란 점을 감안하면 새로 등장하는 감기는 첨단 교통수단을 매개체로 70억 인구가 부대끼는 21세기 인간 사회를 언제 어디에서 등장, 인간 사회를 휘저을지 모를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정식 명칭인 '인플루엔자 A(H1N1)'가 발견된 시점은 올해 4월. 지금은 주춤하지만 어디에서 재반격을 도모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달 중순 현재 지구촌에서 1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신종 플루가 '구종 플루'가 될지라도, 또 다른 낯선 바이러스가 불쑥 얼굴을 내밀지 아직은 인간의 예측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세상을 지배하는 건 인간이 아니고, 바이러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전혀 엉뚱하다고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 감기 바이러스 종류는 얼마나 될까

 

감기가 미생물인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감기는 일반 감기(common cold)와 독감(influenza)으로 크게 나뉜다. 의사들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아데노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RS바이러스 등 무려 100 가지가 넘는다. 분류 방법에 따라서는 200가지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가운데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라는 특정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이다.

 

▲ 역사속 감기 치료법

 

문헌에 남겨진 감기 치료법을 뒤져보면 어떤 것은 어처구니 없거나, 어떤 것은 알쏭달쏭한 것들도 많다.

 

로마의 학자인 플리니는 털이 난 쥐의 주둥이를 코에 비비는 것이 좋은 감기 치료법이라는 내용의 책을 썼다.

 

이집트에서는 양파와 마늘의 향기를 이용해 감기를 예방했다. 미국의 대통령 토마스 재퍼슨은 매일 아침마다 찬물에 발을 담그는 것이 좋은 감기 예방법이라고 친구에게 권했다.

 

한의학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감기 처방법은 중국 한나라 시대에 나온 '상한론'으로, 지금도 사용되는 갈근탕 복용법이 실려있다.

 

서양의 민간 치료법도 우리나라와 근본은 별반 다르지 않다. 네덜란드에선 '뜨겁게 데운 브랜디에 달걀 노른자를 넣어서 마신다', 독일에선 '뜨거운 홍차에 럼주와 설탕을 섞어 마신다', 미국에선 '뜨거운 욕탕에 몸을 담근 후 뜨거운 홍차에 위스키와 벌꿀을 섞어 마신다' 등이다. 이들 민간 치료법은 우리나라 술꾼들이 호탕하게 제시하는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신 후 자고나면 낫는다'와 맥락을 같이 한다.

 

▲ 감기의 명칭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감기를 지칭하는 단어는 고뿔, 감모(感冒), 감한(感寒), 풍사(風邪) 등이다. 각종 문헌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감기와 독감을 구별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선시대에 천행수(天行嗽), 시행감기(時行感氣) 등이 현재의 독감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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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모 kimk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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