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환(전북도 홍보과장)
"사랑이란 말은 너무 닳고 닳아서 언제나 인용문이다." 라는 말이 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다 보니, 내가 어떤 상황이든, 얼마나 간절하든 상관없이, 그 말은 인용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사랑에 버금가는 인용 단어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새만금'이라는 단어다. 너무 자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다 보니 이제 더 이상 새롭지도 설레지도 않는 단어가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란 말이 아무리 낡았어도 가슴에 사랑을 품은 한 그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듯이, 새만금이란 단어도 그렇다. 전북도민에게 새만금은 끝내 껴안고 갈 수밖에 없는 단어다. 그렇다면 새만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사랑법을 발견해보면 어떨까?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논해도 나의 사랑은 특별하듯이, 누가 뭐라 해도 새만금은 우리에게 특별한 그 무엇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만금 내부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새만금의 실체는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우리는 줄기차게 새만금을 사랑한다고 말해왔지만, 실체가 없는 대상을 사랑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새만금의 실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너무나도 확실하고 의연한 실체가 있다. 그것은 '세계 최장 33km 방조제'다. 볼 수 있고, 달려볼 수 있고, 만져볼 수 있는 실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실체를 갈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실체를 보듬고 껴안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사랑법이다. 새만금 방조제는 전라북도의 위대한 관광자산이다. 그것은 부안과 군산을 연결하는 바다위의 길이지만, 전라북도의 미래를 가늠해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방조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가 가장 서둘러야 할 것은 방조제 관광 인프라 조성이다. 얼마 전 JTV에서 〈서해, 과거를 품고 미래로 흐른다〉는 새만금 관광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군산 근대문화유산, 신시도 바다둘레길, 선유도를 중심으로 한 고군산군도 풍경, 변산반도의 깊은 이야기, 새만금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김제 망해사 등이 새만금 관광권역에 들어 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조용헌 교수는 "전라감사 이서구가 새만금이 육지로 바뀔 것은 예언했다."며 "그 예언처럼 새만금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가만히 있는데도 미래가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준비를 해야 한다. 입시의 중압감에 찌든 대한민국 중고생들의 수학여행 일번지로 새만금 방조제를 마케팅 하는 것은 어떨까? 미래의 기둥이 될 청소년들에게 탁 트인 서해바다와 그 한가운데로 쭉 뻗은 바닷길을 걷고 뛰게 하며 호연지기를 기르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 대학생 국토순례 대행진 필수코스로 새만금을 포함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새만금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심호흡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새만금 관광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문화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장예모 감독의 〈인상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지역 주민들이 주인공이 되고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대형 문화공연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시간과 인력과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전문가의 지혜와 힘을 모은다면 오직 새만금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상품이 만들어질 것이다.
새만금은 20년을 끌어온 사업이고 앞으로도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정치권의 변화와 사회담론의 흐름에 따라 영향도 많이 받는다. 그러한 물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 구현된 실체를 하루빨리 '내 것'으로 만드는 지혜와 결단이 필요하다. 빚더미 남이섬을 '나미나라 공화국'으로 환골탈태시켜 최고의 관광지로 바꾼 강우현 씨는 말한다. "계속 망설이면 계속 그렇게 사는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세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채워줘야 내일 더 좋은 일이 생깁니다."
지금 우리가 새만금 방조제를 가꾸고 다듬어야, 내일 더 좋은 새만금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실체적 자산을 가꾸고 살리고 팔아야 우리가 원하는 미래로 갈 수 있다. 결국 현재가 모이고 쌓여서 미래가 되기 때문이다.
/전성환(전북도 홍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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