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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러시아 연수생의 참변 - 김근

김 근(언론인)

최근에 깜짝 놀랄 끔찍한 일이 러시아에서 일어났다.연수를 위해 러시아에 갔던 우리나라 대학생이 러시아의 극우청년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폭행의 이유는 인종혐오 때문이라고 보도 되었다.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건이었으나,그보다 더 큰 뉴스들에 가려서인지,아니면 러시아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고 치부해서인지 이 일은 일과성 보도로 끝났다.

 

전도양양한 한 젊은이의 희생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부모를 비롯한 가족, 친지,친구들의 슬픔 말고도,같은 피부색깔을 지니고 같은 나라에서 사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도 그 희생은 마음을 저 밑바닥에서 부터 흔드는 일이 된다.타고난 피부 색깔로 증오하고,태어난 나라나 지역으로 나누어 차별하고,가진 것이 많으냐 적으냐로 상대를 멸시하는 인간 세상이 사람의 삶을 나락으로 몰고 간다.이러한 극한의 상태에서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증오가 증오를 낳고, 결국은 그 대립이 전쟁을 부르고,마침내는 대량살상 무기를 내세워 지구의 운명을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인간의 역사를 뒤돌아 보아 그것이 인간차별의 시정의 역사였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사람이 모여 산 이래 언제나 그 공동체에 차별은 있었고,그 차별을 지양하려는 노력도 있었다.그 긴 역사적 노력의 결과가 어제에 비해 보다 평등한 오늘의 인간 공동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사실은 그 본질이 전혀 변한 것은 아니다.그 인간 차별 때문에 매일 처럼 벌어지는 지구상의 비극을 보면서 그런 절망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내부로 눈을 돌려도 그 사정은 다르지 않다.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자신도 누구 못지 않은 차별주의를 지니고 있다.일상을 통해 절실히 경험하는 것이지만 한국인들 처럼 강한 차별주의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도 드물다.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하는 현장에는 거의 예외 없이 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모멸이 있다.외국인 노동자들에게만 그런가.연변에서 온 동포들에게도 마찬가지다.음식점에 가면 자주 마주치는 그 동포들이 연변 말씨를 숨기려 애쓰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그런가 하면 탈북동포들도 차별한다.탈북동포들 가운데 일부는 그 차별을 견디기 어려워 아예 미국으로 다시 이민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이 모든 차별은 그들이 가난한 지역에서 왔기 때문일 것이다.부자 나라에서 온 백인들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것을 보면 한국인들의 차별주의를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이런 차별주의를 가지고는 통일을 지향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생길 것이 뻔한데,자칫하면 통일이 민족의 재앙이 될 수도 있겠다.김 구 선생이 치열한 독립운동 뒤에 자신의 바람을 말하기를 "조선이 문화국가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이런 상황에서는 김 구 선생의 바람이 실현되기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는 것인데,이런 차별적 문화를 시정하기 위해서 전라북도 도민들이 발벗고 나서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전라북도의 시민사회가 나서고 도민과 시민 군민들이 호응하면,그 도덕적 물결은 호남 전체를 거쳐 전국으로 번져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그렇게 해서 마침내 우리 사회의 반 인간적 차별문화를 부수고 이 사회를 세련된 문화적 수준에 한걸음 가까이 가게 한다면 참으로 좋을 것이다.이 사업으로 전북도민들은 우리사회 안에서 도덕적 헤게모니를 쥘 수 있게 될 것이다.누군가 바삐 나서서 해야 될 일이라면 그 일에 전북의 시민사회가 먼저 나서 그 깃발을 들었으면 좋겠다 엉뚱한대로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해보는 편이다.

 

/김 근(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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