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0 21:00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일반기사

[기고] 청춘의 열정과 나이듦의 지혜 - 구성은

구성은(전주시의원)

20대 초반에 교회 성가대에서 성가연습을 할 때, 꼭 소프라노 파트에서 음이 반음정도 플랫되는 30대 후반의 집사님이 있었다. 음이 이상하게 내려가는데도 정작 본인은 모르는지 큰 소리로 성가를 부르곤 했는데, 나는 왜 본인의 음을 자신이 저렇게 모르고 자신있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30대후반이 되어서 성가연습을 하다가 어느날 문득, 피아노와 전혀 다른 음을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음악회 연습을 매년 했으며, 대학생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성가대를 빠지지 않고 했기 때문에 높은 음은 못 내어도 앨토파트는 늘 자신있게 했던 나였다. 그런데, 내가 늘 이상하게 생각했던 20년전 그 집사님과 똑같이 이상한 음으로 성가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낄까? 눈가에 갑자기 보이지 않던 주름살이 보일때? 어느 날 몸이 예전 같지 않게 피곤하고, 피로가 회복되지 않을 때? 내가 느끼는 나이듦은 내가 젊었을 때 "기성세대의 행동"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을 내가 똑같이 하고 있을 때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제 기성세대가 된 나는 나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변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젊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기성세대의 모습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또한 그 때는 미처 몰랐던 젊음의 아름다움을 부러워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으로 내가 나이듦을 느꼈을 때는 2002년 봄 날이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다운 봄 날, 갑자기 바람이 불어 벚꽃이 분홍빛 눈처럼 아름답게 떨어지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는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몰랐는데, 후에 생각해보니 피어있는 꽃의 아름다움(청춘) 보다 떨어지는 꽃잎의 아픔(나이듦)에 동화되는 슬픔이 느껴진 것이었다. 그 때 나는 깨달았다. 나이가 드는 것은 지혜로워지는 것이라는 것을,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보는 눈이 떠지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 나이가 드는 것은 반갑지 않은 일이다. 육체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는 것보다 그동안 계속 반복했던 일이 어느날 하기 싫어지는 것처럼 의욕과 호기심이 감소하는 정신적 변화가 더욱 사람을 슬프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극복해야할 과제이다. 사람들은 나이와 속도를 비교해서 말한다. 30대는 30km, 40대는 40km의 속도로 세월이 빨리 간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왜 속도가 그렇게 가는지 생각해보았는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은 육체적으로도 성장하지만 매년 다른 과제를 부여받고 다른 활동을 하면서 커간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고,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40대, 50대 이후가 되면 생활의 변화와 도전이 없게 된다. 매년 같은 일을 반복하다보니 작년도 올해 같고, 올해도 내년같이 되는 것이다.

 

이제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작년에 유치원생이었던 꼬마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몸의 노화도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로 어느정도 늦출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젊을 때 가졌던 일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아닐까? 청춘의 열정과 나이듦의 지혜를 겸비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2010년, 올 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새내기처럼 내 삶의 새로운 도전과제를 하나씩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구성은(전주시의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