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0 22:24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일반기사

[기고] 우리 둘째아들은 대한민국 해군 - 유대성

유대성(전주 왱이집 대표)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홍수기에 누군가 갑자기 수문을 열어버린 듯 가슴에 뭔가가 쏟아져 들어왔다.

 

"엄마 별일 없으시죠?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왠지 엄마가 걱정하실 것 같아서 그냥 전화했어요."

 

이내 묵직해가지고 금방 터져버릴 듯이 팽팽해져버린 감정, '어, 어'하는 대답을 겨우 입 밖으로 밀어냈다.

 

수화기 너머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는 여느때와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전해져왔다.

 

아들 둘, 그 아이들이 지금 군에 있다. 둘째는 대한민국 해군으로, 큰 아이는 하늘을 지키는 공군으로.

 

얼마 전 서해에서 일어난 참사는 그래서 더욱 남 일이 아닌 충격으로 다가왔다. 매일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허허로운 웃음조차 죄스러워하며 신경은 예민해져있었다. 아마 이런 엄마 마음을 조금쯤은 예상했던 것인지 아이가 부대에서 시간을 쪼개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차가운 바다 속에서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던 그들도 그렇게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아들들이었을 것이다.

 

아들 녀석은 저도 착잡한지 아니면 뭐라 할말을 잃었는지 '엄마는 괜찮냐'는, '저는 괜찮다'는 짧은 몇 마디만을 건넨 채 수화기 너머에서 한참동안 침묵만을 전해왔다. 쉽지 않게 걸어온 안부전화였지만 정작 말한마디 오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긴 한숨을 내쉰 뒤 전화를 끊으려는 아들에게 황급히 소리쳤다.

 

"대형아, 전화 자주해, 응? 별일 없으면 없다고 전화해, 알았지?" 무엇인지 모를 설움이 차올랐다.

 

아들의 전화를 받고 한 나절쯤 지났을까. 침몰된 천안함 함선이 인양되고, 그토록 살아 돌아오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던 장병들의 시신이 수습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갓 스물을 넘겼을까 말까한 앳된 얼굴들. 미소를 띤 듯도, 한껏 늠름함을 표현한 듯도 한 얼굴들이 TV속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해오고 있었다. 내 아들이 해군이 되었을때 그렇게 자랑스러웠던 것 처럼, 저들도 모든 부모, 형제들에게 자랑스럽고 믿음직한 아들였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해군복 입은 군인만 봐도 다 내아들인것 같아 맨발로 뛰어나가고 싶도록 반갑고, 두 손 잡고 소리치도록 기뻤는데.

 

이제는 밤새 잠못 자고 가슴 졸이며 애간장이 타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부모라서 더욱 미안했다.

 

우리 아들은, 또 다른 해군의 아들들은 또 얼마나 침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서로의 손을 굳게 잡고 전우애를 다지며 격려를 나눌 용기가 그들에게 샘솟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봄날씨가 그리 요동을 치더니 기어이 잊지 못할 봄으로 남으려나 보다. 잔인한 4월, 4월이 이렇게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아들들, 그들의 명복을 간절히 빈다.

 

/유대성(전주 왱이집 대표)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