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풍(전주시 경제산업국장)
올해로 11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제행사가 되었다. 먼저 11년 전 전주에서 국제영화제를 개최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고, 준비했던 이들에게 감사와 경외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전주에서 국제적인 행사를, 그것도 영화제를 하겠다고 했을 때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오늘, 전주국제영화제가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축제가 되었다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이 있겠는가? 또한 전주국제영화제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속에 '전주'라는 도시를 알리는데 얼마나 많은 일을 해왔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
미래에는 문화강국이 살아남고, 문화와 연계되어 움직이는 산업들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들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문화와 전통이 살아있는 서유럽의 고도시와 거대 박물관들이 국가경쟁력이 된 지도 오래 전이다. 하지만 타 산업에 비해 즉각적인 변화를 느끼기 힘들고 장기간 투자를 해야만 하는 문화산업에 인내를 가지고 투자하고 열매를 기다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한 때 전국에서 우후죽순처럼 여기저기서 생겨났던 국제영화제들과 문화축제들이 그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몇 년의 실패로 사라지는 예를 많이 보아왔다. 그러기에 전주가 더 자랑스럽다.
전주는 예로부터 한국의 고유한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고장이다. 생활 속에 배어든 전통문화는 어느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더 귀하고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라는 것을 전주시민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며 몸으로 느끼면 생활하고 있다. 주말에 한옥마을로 나가보면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전통관련 문화행사들과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전통체험학습에 열중인 전주시민들로 북적거린다. 우리가 가진 것을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함께하고 경험하므로 써 우리의 전통문화가 낯설고 먼 것이 아님을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알아가게 될 것이다. 전통이란 생활 속에서 대물림되며 문화란 이렇게 세대를 지나 만들어지는 것이다.
프랑스 내륙 중앙에 위치한 '끌레르몽 페랑' 이란 소도시가 있다. 이 도시는 매년 2월이면 전 세계에서 찾아 온 젊은 영화인들로 가득 찬다. 세계 3대 단편영화제 중 하나인 끌레르몽 페랑 단편영화제가 개최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시작한 작은 행사가 올해로 32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한 세대가 바뀔 시간동안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 되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일상 속에서 국제적인 행사를 치러내고 있는 끌레르몽 페랑에서 영화제는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프랑스 내륙 소도시의 아이들을 좀 더 다양하게 세계를 이해하는 국제인으로 키워내는 교육의 장이며, 전 세계 다양한 문화 체험학습장이다. 이렇듯 영화제를 통해 매년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문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하게 함으로서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우는 초석이 될 것이다.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49개국의 문화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전주국제영화제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대중성 있는 영화들로 다양한 관객이 즐기는 축제'가 될 것이라 한다. 문화축제가 소비의 장이 아니라 창조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 행사를 즐기는 시민들에게 달려있다. 문화를 사랑하고 인내를 가지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가진 전주시민들이 이제 뿌리를 내린 전주국제영화제가 활짝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영화제를 즐겨 주시길 바란다. 그것이 곧 우리 후대를 위한, 미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강순풍(전주시 경제산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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