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만(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
국민고충처리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1월 오지 민원 현장을 찾아가 서민들의 애로를 해결해 주는 '이동신문고'팀을 전북 익산시 왕궁면 일대의 왕궁축산단지 현지에 파견한 적이 있다.
가축분뇨 방류와 악취오염으로 반세기가 넘도록 집단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현재 한센인 700여 명을 포함해 2200여명이 주로 축산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서민촌으로 1949년 조성됐다. 돼지 14만 마리와 닭 5만 마리, 한우 800 여 마리를 키운다고 했다. 면적은 170만㎡에 달한다. 축사악취가 퍼지는 곳을 더하면, 서울 여의도 면적의 절반 정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루 가축분뇨(축분) 오폐수 발생량은 1000톤에 이른다. 국내 90여개 한센인촌 중 가장 규모가 큰 마을이기도 하다.
정부 합동조사에 따르면 이 마을은 낡고 밀집한 축사와 주택이 붙어 있어 주거환경이 열악했다. 왕궁 축분이 만경강과 새만금평야를 오염시키고, 축분 처리시설이 절대 부족해 자치단체의 손길이 미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환경개선 요구민원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한 현지 주민들과 당시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을 포함한 국민권익위 조사관들은 골목골목 악취 현장을 살폈다.
이동신문고팀이 방문하던 날은 소나기가 퍼부어 축분냄새가 더 심했다. 숨을 못 쉴 정도였다. 수십년간 참아 온 현지 주민들의 고통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참으로 현장에 와 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을 체험했다.
현지인들은 수십년간 민원을 청와대를 비롯 요소요소에 냈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정치인 고위관료도 수십년간 수 없이 다녀가도 해결이 안됐다. 이재오 전 위원장은 현장을 돌아본 후 주민과의 대화에서 '만사를 제쳐 놓고 축산단지 오염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이한수 익산시장이 보는 앞에서 약속했다.
고충민원을 접수받은 국민권익위원회는 매우 바빠졌다. 관계부처 실무협의, 국무회의 상정, 대통령보고 등이 신속하게 이어졌고, 두 달 만에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국민권익위와 기획재정부·환경부 등 8개 부처 합동 '왕궁환경개선협의회(주재 국무차장)'가 꾸려졌다. 이 후 10여 차례 걸쳐 실무협의와 현장방문이 이뤄졌다. 그 결과 60년 묵은 난제가 6개월만에 1159억원이 투입되는 '왕궁농원환경개선 종합대책'이 잉태하게 된 것이다.
이 대책에 따르면 5년여에 걸쳐 중앙정부 예산 706억원과 지방비 453억원이 투입된다. 특히 전체 예산 중 733억원으로 노후 축사를 국가가 사들여 헐어내고 그 자리에 생태숲을 조성한다. 익산천에 수십년간 가라앉은 가축분뇨도 정화시켜 친환경 생태하천과 습지로 조성한다.
또한 왕궁단지를 환경관리개선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축산폐수공공처리장과 생활폐수처리장을 신증설하며 한센인을 위한 양로시설 신개축, 소공원 조성 등을 추진한다. 기존배수로, 폐수시설, 경로당, 노후축사 등을 재배치 재개발한다.
이 고충민원은 새 정부와 함께 출범한 국민권익위원회가 주도적으로 해결한 집단민원 중 가장 큰 사례다. 1000억원이 넘는 예산확보 또한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현지 주민들은 '여러 정부를 거쳐 오면서 수 많은 정계 관계 당국자들이 다녀가도 해결 못했던 장기 난제를 해결했다'며 새로운 친환경 축산단지가 조속히 조성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김덕만(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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