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철(전라북도농업기술원장)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것 두 가지만 꼽으라면 단연코 물과 꽃을 선택하겠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27%가 바다보다 낮고, 평평한 지대로 물과 제방, 그리고 간척지와 긴밀한 관계성을 지니고 있다.
1953년 네덜란드의 제이란드(Zeeland) 주를 중심으로 한 남부해안지역을 폭풍과 집채보다 더 큰 파도가 휩쓸었다. 이로 인해 가옥 4만 7,000채와 16만ha의 농지가 사라지고, 7만 2,000여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이 재해를 통해 네덜란드는 기존의 제방과 댐 건설에 보다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이 재해의 복구를 위해 1958~1986년까지 제이란드 주에는 7개의 댐과 방조제, 그리고 수문이 건설되었다.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둑을 막아선 안된다는 환경주의자들과 북해로 진출할 수 없어 생계를 걱정하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모두 종합하여 정부는 수년에 걸친 연구 조사 끝에 방조제를 건설하고 만(灣) 입구에 수문을 달아 친환경 생태 간척지를 구축했다.
또한 네덜란드하면 꽃을 빼놓을 수 없는데, 그 중 '튤립'이 최고라 하겠다. 17세기 네덜란드 알크마르 튤립 경매장에서는 '황제튤립' 한 뿌리면 암스테르담의 대저택을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귀족부터 굴뚝 청소부 할 것 없이 모두가 튤립을 구입하는 데 자신의 돈뿐만 아니라 빚까지 내서 투자했다고 한다. 이는 '튤립광풍'이라고도 불리며, 사치풍조의 대표적인 사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사실 이 소동만큼 네덜란드의 화훼농업을 잘 말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없을 것 같다. 세계 최초로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를 세우고, 간척사업에 매진할 만큼 네덜란드인은 상업적이며, 끈기가 많은 국민성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렇게 상업적인 면모의 근원은 그들이 적절한 토지를 가지고 있지 못했고 그로인하여 농업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간척지에 자신들의 모든 것을 부어야만 했고, 그 때문에 뛰어난 소득을 창출해내는 작물을 재배해야만 했다. 그것이 바로 '튤립'이다. '튤립광풍' 때와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화훼농업의 소득은 여타 작물의 소득보다 상위하는 것이 사실이며 소득과 문화의 발전이 세계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것과 비례하여 함께 성장하고 있는 비전 있는 미래농업 중 하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알스미어 화훼경매장의 경우 그 인근을 자동시스템을 구축한 유리 온실단지들이 에워싸고 있다. 이는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우수한 품질의 화훼를 생산하고, 바로 옆에 위치한 화훼경매장에서 그에 합당한 가격을 받고,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스키폴 공항을 통해 전 유럽으로 수출한다. 이 스키폴 공항에서 나가는 비행기의 50%가 알스미어 관련 수출항목이라고 하니 우수한 화훼작목 하나가 그 주변지역의 경제활동까지 책임진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겠다.
4월 28일 정운찬 국무총리와 얀 페터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는 네덜란드와 새만금 개발 및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포괄적 협력에의 합의와 양국간 우호?유대관계 강화를 약속했다. 이번 네덜란드와의 MOU로 새만금 사업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세계적인 명품도시 개발 및 해외투자 유치, 그리고 우리 농업의 첨단화와 고부가가치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더욱이 새만금 간척지의 토양특성 또한 네덜란드와 유사한 토양, 즉 튤립을 생산하기에 적합한 미사질 양토라고 한다. 이에 전라북도농업기술원에서는 2008년도부터 새만금 간척지에 적합한 튤립 품종을 개발?육성해오고 있으며, 올 봄 일반인들에게 튤립이 만개한 3ha의 포장을 공개하여 그 가능성과 볼만한 장관에 호평과 감탄을 동시에 받았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12년까지 새만금 간척지에 100ha규모의 첨단 유리온실 단지를 조성하여, 농식품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을 올 초에 수립하여 새만금 간척지의 농업은 밝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세계 최고의 화훼농업의 네덜란드를 본받고, 이렇게 좋은 기회들을 꽉 붙잡아 새만금 간척지 실정에 맞는 친환경 생태조성과 함께 우리만의 경쟁력 갖춘 농업과 그 연관 산업이 기회의 땅, 새만금에서 만개하게 되는 날이 도래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조영철(전라북도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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