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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숲이 경쟁력이다 - 김병종

김병종(화가·서울대교수)

내가 속한 <미래상상연구소> 라는 단체에서는 몇 년 전부터 아름다운 도시와 마을운동을 펼치고 있다. 동호인모임의 이 작은 연구소에서는 각자의 호주머니를 털어 이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다른 나라의 아름다운 도시와 마을을 탐방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아름다운 마을로 소문난 영국의 다이버리 지역을 돌아보고 왔다. 그런데 아름답다고 알려진 마을이나 도시일수록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첫째는 건물이나 간판들이 잘 정돈되어 있고 미적으로도 거슬리는 데가 없다는 점이었다. 절제와 배려의 미덕이 잘 발휘되어 있어서 쾌적한 도시공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시뻘겋거나 파란 원색의 대형 간판들을 거의 볼 수 없었을 뿐더러 디자인 또한 세련된 것들이었다.

 

둘째는 세월의 더깨가 앉은 오래된 건축물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한 도시나 지역의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건축물에 베여있어서 도시의 품격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드러지게 공통적으로 발견되어지는 것은 잠시만 걸어도 나타나는 숲이었다. 그 서늘한 숲에 들어가 땀을 식히며 쉬다보면 인간의 삶이란 결코 자연과 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것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숲이야말로 도시의 허파라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다양한 개발의 요구와 유혹을 견뎌내며 도시공간에 자리한 숲들을 보노라면 자연스레 그 지역이나 지역인에 대한 외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비로소 돌아보면 소위 선진국이라고 알려진 나라, 문화도시라고 알려진 도시일수록 예외 없이 일정면적이 나무와 숲으로 채워지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파리의 볼로냐 숲이나 베를린의 그뤼네발트(검은 숲)은 이미 도시의 상징이자 자랑스러운 유산이 된지 오래이다. 바야흐로 숲이 도시의 최고 경쟁력인 것이다. 하지만 눈을 우리 쪽으로 돌리고 보면 형편이 여의치 않다. 도시공간에 자리한 숲의 면적은 턱없이 부족할뿐더러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정책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오래된 나무들도 잘려나가고 그 자리에 건물들이 들어서기가 일수이다.

 

유서 깊은 광화문 광장에 줄지어 서있던 늙은 은행나무들이 어느 날 모조리 자취를 감춰버린 것도 한 예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매년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꼽히는 과천은 기적 같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과천에 작업장을 정하고 일해 온지 20여년이 가까운데 가끔 산책을 하다보면 내가 여행 다녔던 유럽의 어느 도시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숲과 나무가 건물들과 적절히 조화되며 펼쳐져 있는 이 그린시티에는 건물이며 간판들 또한 잘 정비되어 있고 교육기관이며 복합 예술 공간과 도서관, 심지어 야생화 전시장까지 적절히 자리하고 있다.

 

세계적 자연생태도시이자 교육문화도시로서 손색이 없다. 과천을 방문하는 나의 외국인 친구들도 참 아름다운 도시라고 감탄할 정도인 것이다. 개발의 광풍이 태풍처럼 몇 차례씩이나 휩쓸고 지나가기까지 이토록 아름답게 도시를 가꾸고 지켜낸 과천시와 시민들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녹색도시 과천마저 요새 흔들리고 있다. 정부종합청사 이전 소식과 함께 온갖 개발의 소식들이 난무하고 그린벨트 또한 전에 없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시대에 섬처럼 외로이 떠있는 과천만이라도 부디 후손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아름다운 그린시티로 남겨지길 간절히 바란다.

 

/김병종(화가·서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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