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홍(디지탈포토 이사)
며칠 전 멀리 분당이라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디지탈포토죠?"
수화기를 타고 넘어오는 톡톡 튀는 목소리가 정겨웠다.
"네 그렇습니다."
"제가 사진 이미지 편집 일을 좀 하고 싶은데요. 찾아봬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다음날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의 아주머니 두 분이 전주까지 찾아왔다. 사진 이미지 편집일이 집에서도 할 수 있고 시간과 장소의 구애도 덜 받는다며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것이었다. 약 2시간에 걸쳐 사진 편집일의 성격과 과정 이에 필요한 능력들을 설명해주었다. 두 분은 돌아가며 이구동성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웹디자인 등 이미지 편집과 관련된 일을 해온 사람도 웨딩이나 베이비 앨범을 만들기 위한 인물사진 편집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개월 정도의 수련기간이 필요하다. 그것도 곁에 전문가가 있다는 전제에서 그렇다. 밖에서는 쉽게 보이는 일도 막상 그 속으로 들어와 보면 만만치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현재 사진업계는 기존의 필름을 쓰던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과도기에 직면하고 있다. 불과 얼마전만해도 거리마다 하나씩 있던 17분 칼라니 24분 칼라니 하는 사진현상소들이 절반 이상 사라졌다. 인터넷으로 쉽고 싸게 인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사진을 찍는 사람보다는 이미지를 편집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사진이 디지털화 되면서 스튜디오 업무가 촬영자 중심 운영에서 촬영자와 이미지 편집자간의 분업 또는 협업 형태로 바뀐 것이다. 때문에 지금 사진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유능한 편집자들이다.
이런 갑작스런 변화로 국내에서 이미지 편집자 조달이 어려워지자 중국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으로 사람을 찾아 작업을 외국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미지 편집 일이 대부분 사람 손을 거쳐야 되는 일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도 있다. 그러나 해외 인건비도 상승중이고 작업자와 의사소통이 필수적인 업무 특성상 중급이상의 품질을 요하는 작업의 경우 국내 작업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
요즘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결혼과 함께 임신 육아를 위해 잠시 일에서 멀어진 사이 여성들의 일자리는 급격하게 줄어든다. 이런 저런 이유들이 많겠지만 그래서 3, 40대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종은 매우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일단은 시작하고 봐야 한다. 현실의 벽을 넘을 유일한 방법은 좀 늦었고, 지루하고, 힘에 버겁더라도 여성에 맞는 일,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준비하고 도전하는 수밖에는 없다.
안타까운 점은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의 관련부서는 팔짱을 끼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눈여겨보고 그 변화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민간전문가들이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 공간으로부터 인력시장의 상황에 맞는 전문가들이 양성될 것이고 일자리문제는 조금씩 숨통이 터일 것이다. 주민들은 열정을, 정부는 공간을, 전문가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삼자협력방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바로 지금이다.
/ 정재홍(디지탈포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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