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마지막까지 '진땀'
한국의 마지막 키커 장슬기의 발끝을 떠난 공이 일본 골문을 가르는 순간, 완주 한별고 체육관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이를 숨죽여 지켜보던 김빛나 선수 어머니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 내렸다.
대표팀 포백 수비라인의 한축을 든든하게 지켜온 김빛나(한별고 2년).
한별고 선수들은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한 빛나와 한국 대표팀의 우승을 기원하기 위해 체육관에 모여 텔레비전을 보며 응원을 했다. 빛나의 아버지 김철근씨(50)와 어머니 이은자씨(47)도 졸이는 가슴을 달래며 자리에 함께 했다.
빛나가 공을 잡을 때마다 부모와 선수들은 가슴을 졸이며 박수와 함성을 지르며 응원에 열을 올렸다. 연장전까지 가는 120분간의 혈투 끝에도 3대3으로 승부를 가르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돌입하자 체육관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실은 우리 빛나가 축구를 하는 걸 무척이나 반대했어요. 합숙소에 가서 빛나 짐도 싸들고 오고 운동하는 걸 막으려고 무진 애를 썼지요."
어머니 이씨는 빛나가 삼례여중 축구부에 있을 때 얘기를 털어놨다. 그러다가 빛나의 휴대전화 액정에 쓰인 글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축구는 나의 인생의 전부'. 이 글귀에 부모가 진 것이다. 이씨 역시 어릴 적 육상과 핸드볼을 했지만 부모님 반대로 꿈을 접은 아픈 기억이 있다.
이씨는 "제가 해봤기 때문에 딸이 고생할까봐 반대했지만, 마찬가지로 제가 겪어봤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우리나라 포백 라인은 소속 학교에서 공격수로 뛰는 선수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유일하게 빛나는 전문 수비수다. 양 발을 자유자제로 쓰는 빛나는 지난해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히면서 우리나라 여자축구 수비를 이끌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빛나를 발탁한 전 삼례여중 감독 김수철씨는 "빛나는 공을 무작정 걷어내는 게 아니라 감각적으로 차냈다"며 "훌륭한 수비수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빛나의 부모는 완주 삼례읍에서 대신컴퓨터크리닝을 운영한다. '세탁소 막내 딸' 빛나는 이제 한국 여자축구 수비의 주춧돌로 커가고 있다.
이씨는 "주변에 어렵게 운동하는 친구를 많이 봐서인지 빛나는 '열심히 운동해서 후배들 도와주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며 "돌아오면 빛나가 제일 좋아하는 통닭을 실컷 사 주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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